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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제2회 나눔캠프」 몽골에 가자!
그들의 얼굴에서 마주한 나눔의 삶
- 몽골에서 나는 삶의 의미를 찾아올 수 있을까?


글 오가희 율리아 | 황금중학교 교사

 

길다면 길었던 11일간의 나눔캠프가 끝난 후 대구의 뜨거운 열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몽골에서 경험하고 보고 느낀 것들을 사실 글이나 사진으로만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 번 이야기해 보려 한다.

3년간의 교사 생활 동안 나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교직에 들어가던 때 만큼의 열정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마지막 교시만 기다리는 교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특히 지독하고도 힘들었던 작년을 보내고 난 뒤 학교로 돌아간 3월은 더 없이 무료하고 흥미가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찾던 중 대구주보를 통해 ‘제2회 나눔캠프 몽골에 가자!’의 모집 안내를 보게 되었고, 왠지 가야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눔캠프에 가면 내 무료한 삶에 새로운 에너지가 더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나도 모르게 생겼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사전모임 기간 동안에는 사실 큰 실감이 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조원들이 우연히 나와 원래 친한 사람들로 구성됐고, 학기가 지속될수록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쳐가고 있었기에 내 에너지를 100% 쏟아낼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전정보(학생 인원, 나이, 수준 등)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나름대로 음악을 활용한 수업을 계획하고자 노력했다. 프로그램이 그 노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내가 몽골에서 마주한 세 가지 얼굴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아이들의 순수한 얼굴이다. 충분히 불평불만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되는데도 천진난만하고 순수해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먼저 손을 내밀고 안기는 모습에서 계산하거나 따지는 것 없는 진짜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특히 3일 동안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마지막날 은총시장 공연까지 마치고 내가 가르친 음악조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는 지금껏 내가 학생들에게 받았던 그 어떤 편지보다 감동적이었고 감사한 내용이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한 짧은 시간을 감사하게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지난 3년간의 교사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순수한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교사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

두 번째는 수녀님들의 티 없이 맑은 얼굴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을 볼 수 있지만 몽골에서 만난 수녀님들의 아름다운 얼굴은 기억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맡은 소임이라고는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교육하기는 정말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수녀님들 가운데 그 누구도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을 단 한순간이라도 내비친 수녀님은 없으셨다. 사실 우리가 한 봉사는 수녀님들이 우리 청년 스무명을 위해 하신 봉사에 비하면 봉사랄 것도 없었다. 우리의 경험을 위해서 수녀님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따뜻한 식사를 만들어 주시고 잠잘 수 있는 장소를 웃는 얼굴로 제공해주신 수녀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그것은 절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함께한 친구들도 느꼈겠지만 수녀님들께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 들판에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를 배웅해 주시던 그 맑은 모습은 분명 우리가 쉬이 따라 할 수 없는 진실된 모습일 것이다. 더불어 수녀님들께서 들려주신 강의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인상 깊게 본 얼굴은 이번 나눔캠프에 참가한 참여자들의 밝게 웃는 얼굴이다. 수녀님들이 말씀하셨듯이 캠프에 참가한 친구들은 모두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봉사활동을 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업어주고 진심을 다해 대하는 모습에서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새로운 경험을 마주할 때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용기있는 표정, 말을 타고 몽골의 초원을 누비면서 보여준 행복한 표정, 8일간의 기도 동안 보여준 진지한 표정, 게르 앞에 누워서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비는 순수한 표정, 미래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느껴지는 젊은 친구들의 표정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나는 10일 동안 출발 전 다짐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고 생각한다. 나눔캠프를 통해 나는 확실히 성장했고 배웠고 반성했다. 욕심 없는 삶, 용기 있는 삶, 나눔의 삶, 감사의 삶, 사랑으로 가득한 삶, 평화로운 삶, 무엇이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