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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실천하는 살아있는 신앙’이 중요함을 자주 역설하고 계십니다. 그만큼 신앙인의 삶에서 실천하는 신앙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음서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을 나무라실 때 그들의 완고함, 위선에 대해 언급하십니다. 실천하지 않는 신앙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공동체,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도 코린토 1서 13장 ‘사랑의 찬가’를 통하여 우리에게 참된 사랑의 하느님다움, 즉 사랑의 영원성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우리 인간들은 하느님 안에서만 참된 신앙과 사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면서 줄곧 드는 생각은 남과 북의 주민들, ‘우리는 서로 어쩌면 그리도 닮았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한민족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70여 년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와서 서로 다른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온 저로서는 늘 놀랍게 생각됩니다. 가족애, 공동체 정신 등 우리에게는 이제 희미해진 이웃 간의 정을 놀라울 정도로 실천하고 지니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 민족은 본성상 하느님을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는 증거가 아닌가 합니다.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본 일입니다. 서울과 평양에 다 살아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에게 남쪽 사람들은 ‘평양은 서울과 얼마나 다른가?’ 라는 질문을 하고, 평양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서울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 외국인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왜 다른 것을 묻는가? 당신들은 너무도 닮았다.” 거의 같다는 내용의 대답을 하는 것을 듣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서로 갈라져 살고 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오갈 때 서로 닮은 점은 우리 서로에게 큰 희망이 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 서로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래 인용한 글이 사랑을 실천하기 힘들 때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더욱 굳게 지니도록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영적인 생활이 대단히 메마르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전혀 기도하고 싶지 않으며, 하느님이 계심을 경험하지 않으며, 기도가 지루하게 느껴지며,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가 하느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에 관하여 믿었던 모든 일들이 어린 시절에 들은 동화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이나 생각은 대부분 단순한 느낌, 단순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또한 성령이 우리의 느낌과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거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느낌과 생각 속에 하느님의 계심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큰 축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없다 하여도 그것이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흔히 하느님이 우리들을 보다 큰 믿음으로 부르고 계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 영적으로 메마른 시기에 영적인 훈련을 계속하여 하느님과의 새로운 친밀함 속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헨리 뉴엔 신부의 『영혼의 양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