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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신앙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길을 걸으며


글 양세미 소화데레사 | 두류성당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양세미(소화데레사)입니다. 2014년에 첫 발령을 받아 여전히 매일매일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운 것도 많은 새내기 교사지요.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아주 평범한 저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유아 세례를 받고 어린 시절부터 주일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성당에 가는 건 하느님을 만나기보다는 친구들을 만나서 놀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대학생이 되었고 처음 경험한 자유 안에서 신앙생활도 점점 자유로워(?)졌습니다. 습관과 의무처럼 지켜오던 주일에 대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지더군요. 점점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방탕한 생활을 하던 저를 붙잡은 것은 바로 ‘말씀’이었습니다. 본당의 친한 교리교사께 이끌려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성당에 오라고 하니 성당에 가고, 성경을 읽으라고 하니 성경을 읽고, 노트에 뭘 쓰라고 하니 쓰고, 이야기를 하라고 하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니 그 선생님께서 3박 4일로 어디를좀 가라고 하시더군요.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이하는 여름방학에 3박 4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쓰라니, 정말 싫었습니다. “안 가면 안 돼요? 다음에 가면 안 돼요?” 애타게 청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단호하게 다녀오라고 하셨고, 그렇게 가라고 하니 가게 되었습니다. 바로 ‘파스카 청년성서모임’ 창세기 연수였습니다. 스무 살 여름, 제 의지와 관계없이 보낸 3박 4일을 통해 제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3박 4일 동안 느낀 것은 ‘하느님께서는 나를 이미 아시고, 이런 나를 사랑해 주시는구나.’였습니다. 20년간 제 의지대로 제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느님께서는 모든 순간에 저와 함께하셨고 저의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는 것을 깨닫고 저는 그 사랑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달콤해서 눈물이 벅차오를 정도였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졌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말이죠.

저 혼자서만 가지기에 하느님 사랑은 참으로 크고 놀라웠습니다. 아직 하느님이 누구신지 모르고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제가 만난 하느님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파스카 청년성서모임에서 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지 없이 멍하게 하라는 대로 하면서 시간만 보냈던 제가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말씀을 읽고 제 안의 하느님을 먼저 나누게 된 것입니다. 패기 있게 봉사를 시작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들, 말씀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마치 제가 처음 성경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으로 변화했듯이 그들 또한 하느님 뜻으로 이끌어 주실 거라 믿으며 계속해서 말씀을 읽고, 하느님을 나누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마음 또한 어루만져 주셨고, 변화하는 다른 청년들의 모습을 통해 저는 더 큰 사랑과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본당에서, 학교 동아리에서, 그리고 주변의 다른 본당에 가서도 열심히 기쁘게 봉사했습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 그리고 그 좋은 일을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참 소중했습니다. 정작 저희 부모님께서는 “야야~ 봉사 좀 그만해라!” 하실 정도였지만요. 하지만 말씀을 전하는 청년사도로 살아가는 동시에 학업과 취업이라는 현실 속에서 점점 고민이 생겨났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이렇게 계속 봉사하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렇게 해서 취업은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머리가 복잡하고 눈앞이 흐릴 때 한 줄기 빛처럼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데, 걱정할 게 뭐 있어!’

 제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파스카 청년성서모임에서 하듯 사람들과 함께하며 하느님을 나누고 사랑을 전하는 일이 제가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 바로 선생님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마치 불타는 떨기나무의 모습으로 나타난 하느님께 이스라엘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은 모세처럼 교사가 되어 사랑을 전하는 것이 저의 소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그 길로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몇 년 만에 하는 공부가 너무 어려웠고 어림도 없는 모의시험 점수에 낙담하기도 했지만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이라 생각하고 기도하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하느님께서는 제 기도를 들어주셨고, 무사히 교대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대학교 1학년이 되어 하느님이 주신 길을 걸으며 제 소명을 다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소중한 아이들과 함께하며 사랑하고 나누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봉사도 열심히 하고, 놀기는 더 열심히 놀았지요.

약간은 돌아가는 길을 가면서 이따금씩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것일까?’ 하는 의심과 불안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제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 하신 이사야서의 말씀으로, 제가 좋아하는 성가로,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로 하느님을 매일 새롭게 만나고 그 힘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 다음 호에 계속

 

* 양세미 님은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대구 경운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파스카 청년성서모임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말씀대로 살고자 기도하고 노력하며 봉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