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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완벽한 한 해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어느덧 2018년의 마지막 달을 맞았습니다. 늘 느끼는 사실이 지만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쉬지도 않고 잘만 가는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잘 보내셨는지요? 올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들, 바랐던 희망들, 이루어지길 소망했던 꿈들을 다 이루셨는지요? 요즘 같은 때에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지요. 완벽 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나요? 우리는 늘 완벽하기를 꿈꾸지만 ‘완벽’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완 벽(完璧)하다’는 말은 『사기』에서 온 말입니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혜문왕은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답고 고귀한 옥구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강대국 진(秦)나라의 소양왕이 이 옥구슬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겨 사신을 보내어 열다섯 고을과 화씨지벽을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혜문왕은 걱정이었습니다. 내주자니 진나라왕이 약속을 안 지킬 것 같고, 안 주자니 이를 구실 삼아 전쟁을 일으킬 것 같았으니까요. 그때 인상여(藺相如)라는 지혜로운 식객이 나서서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화씨지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가서 소양왕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일단 그 옥구슬을 왕께 바쳤습니다. 하지만 왕은 화씨지벽을 보며 감탄만 할 뿐, 약속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이를 예상했던 인상여는 ‘그 구슬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한 군데 작은 흠집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며 그걸 보여 주려고 구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인상여는 구슬을 번쩍 들어 올려, 신의를 지키지 않은 왕에게 이 구슬을 내 줄 수 없다며, 자신이 죽더라도 이 구슬을 기둥에 던져 박살내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소양왕은 그의 강직한 성품에 마음이 움직여 화씨지벽과 인상여를 정중하게 돌려 보냈다고 합니다.1) 귀한 화씨지벽이 완전한 상태로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 데서 ‘완벽(完璧)’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결국 ‘완벽’이란 완전무결한 보옥을 끝까지 잘 지켜 보전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깟 구슬 하나 때문에 고을 열다섯 개를 주겠다고 하고,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사람의 목숨까지 걸다니, 그게 어찌 ‘완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훌륭한 보석이 완전한 상태로 돌아와서 완벽한 것이 아니라, 그 보석을 갖고 약속을 지키는 신의가 더 중요하다며 목숨을 걸고서라도 왕의 잘못을 일깨워 준 인상여의 용기와 강직함이 더 완벽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아름다운 ‘화씨지벽’은 사라졌지만 ‘완벽’이라는 말은 오늘날까지 남아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올 한 해는 완벽하셨는지요? 돈을 많이 벌고,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계획한 모든 것을 이루었다면 완벽한 한 해를 보낸 것이겠지요. 그런데 혹시 그러한 완벽을 좇다 잊어버리거나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을까요?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건강하고 무사한 하루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것 말입니다. 내년에는 계획한 것을 완벽하게 이루기를 바라기보다 하루하루 기쁘고 너그럽게 보내기를 바라봅니다. 올해 잘 마무리하시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쁘게 맞이하시길 기도드립니다.

 

1) 사마천, 사기, 인상여열전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