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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
사랑은 반드시 길을 찾아낼 것입니다.


글 장숙희 루시아 수녀 |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올 초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올해처럼 한반도 정세와 국제정세가 급변했던 적은 드믈 것입니다. 북미간 극한 대치와 전쟁의 위험이 가시고 평화를 위한 공동경비구역(JSA) 무장해제, OP철수 등이 진행되고 있으니 모든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는 게 마땅합니다.

앞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이 사실상 예정되어있고, 이는 평화의 진전과정이라고 보여집니다.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가 우리 한반도와 온 세상에 잔잔한 물결처럼 널리 퍼져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던 날, ‘판문점에 그어진 분단선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넘었던 순간’을 보는 전 세계인은 놀랐고, 우리 민족이 본래 하나였음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장면이 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두 정상이 분단선을 넘는데 5~6초가 걸렸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머나먼 길을 목숨 걸고 오는 일도 없어졌으면 좋겠습니 다. 남북 교류 협력이 본격화 되고 서로 자유왕래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탈주민 1호 통일학 박사인 주승현 씨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로는 ‘한국은 섬나라이며, 통일 땐 국민들 사고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는 선을 지우고 있어요. 지금 공동경비구역에서 이미 선을 지우고 있죠. 반경 400m를 지우는 데 73년이 걸린 거예요. 하지만 나머지 155마일엔 여전히 선이 그어져 있죠. 선을 지우고, 통일은 그 위에 집을 짓는 거예요.’라고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영화 같은 일이 뉴스에서 속보로 전해졌고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공감했습니다. 사실 분단은 이렇게 지워져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일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망은 언제나 길을 떠나기 전에 세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북한이탈주민들은 대한민국에 정착하면서 두 체제를 접하게 되고 ‘생이 달라지는 경험’을 먼저 한 사람들입니다. 통일을 준비하면서 먼저 교류, 협력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사고와 행동, 말투 등이 많이 다른 북측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다리 역할을 할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 탈주민의 수는 3만 2천여 명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앎은 텔레비젼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이 거의 전부입니다. 이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의 대표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북한사회와 그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아닙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국경지대인 함경북도 출신, 20대에서 40대의 여성 비율이 70% 이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들을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당연히 제한이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북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다른 말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길을 찾아낼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의 키워드 ‘번영’의 길 말입니다.

 

“지혜는 과거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며 명언을 지어 내고 수수께끼를 풀 줄 알며 표징과 기적을, 시간과 시대의 변천을 미리 안다.”(지혜 8,8)

 

*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이야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과 연재를 맡아주신 장숙희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