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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마음 밭 가꾸기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봄꽃이 만연한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절제와 보속의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4월은 사순시기의 절정인 성주간과 파스카 성삼일, 그리고 부활대축일까지 있는 전례력으로 중요한 달이며 가장 복된 시기입니다. 수난과 절제와 보속의 시기를 복되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 요? 죽음이 부활로 이어지고, 절제와 보속이 더 큰 만족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신앙의 역설을 우리는 삶에서 경험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모릅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마음이 어느새 흔들려 버리고, 말씀으로 무장한 마음도 달콤한 유혹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우리 마음은 개구쟁이 같아서 끊임없이 다잡고 되새기지 않으면 자기 가고 싶은 데로 가 버립니다. 고대 중국의 성군이었던 순(舜)임금이 우(禹)왕에게 왕위를 물려줄 때 당부한 말 이 『서경(書經)』에 나옵니다.

 

“사람의 마음(人心)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를 지키려는 마음(道心)은 너무나 미약하다. 오로지 온 힘을 기울여 한결같이 하여 진실로 그 가운데(中)를 잡아야 할 것이다.”1)

 

여기서 말하는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은 다른 게 아니라 한 마음 안에 있는 두 가지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 은 하나지만, 욕망을 좇고 이기적이 되면 내 마음이 ‘인심(人心)’으로 덮이게 되고, 원래 하늘이 주신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드러나면 그게 바로 ‘도심(道心)’인 것입니다. 순임금은 나라를 물려주면서 수많은 말 가운데 이렇게 단 열여섯 글자만을 남긴 것입니다. 이 가르침을 받든 우왕은 중국 하(夏)왕조를 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모든 유가(儒家) 학자들은 삶에서 이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결국 내 마음 하나 다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겠지요. 내 마음은 주님 말씀의 씨앗이 뿌려진 밭과 같습니다. 말씀의 씨가 뿌려졌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리고, 어떤 것은 돌밭에 떨어져 말라 버리고,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숨이 막혀 죽고,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었다고 했습니다.(마태 13,1-9 참조) 이렇게 씨가 떨어지는 밭의 상태는 결국 내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메말라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온갖 유혹거리와 분심이 가시덤불처럼 자라 내 마음을 온통 덮어 버리기도 하지요. 내 마음 밭을 좋은 땅으로 가꿔 씨앗의 싹을 틔우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잘 가꾸어야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내 마음은 늘 이리저리 휘둘립니다.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라는 씨앗이 내 마음 밭에 뿌리 내리고 싹을 틔웠지만 너무 연약하고 보잘것없어 항상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도 조급해하지도 말고 한결 같이 마음 밭을 가꾸어 나간다면 언젠가 하늘의 새도 깃들 만큼 튼튼한 나무로 자라 풍성하게 열매 맺을 것입니다. 수난과 죽음을 넘어서 부활(復活)할 입니다!

 

1) 『서경(書經)』, 「우서(虞書)」, ‘대우모(大禹謨)‘. 帝曰,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允執厥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