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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내적 성찰의 시간


글 윤성규 바오로 신부 | 안동교구 성소담당 및 교구청년연합회 담당

 

안동교구 성소담당 윤성규 바오로 신부입니다. 안동교구는 1969년 5월 29일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천주교대구대교구 관할이었던 경북 북부지역이 안동교구로 분리되면서 현재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안동교구는 농촌 교구, 작은 교구, 가난한 교구로 타 교구에 비해 조금은 열악한 조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열악함과 가난함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참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대공동체의 모습, “함께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사도 2,42-47)하는 모습을 구현하는데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주교님과 신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이 정신이 드러납니다. 안동교구는 2019년 현재 13명의 신학생이 있습니다. 매 방학 때가 되면, 주교님과 개별 면담을 가집니다. 신학생의 어려움과 현재의 생각들을 나눕니다. 사제품까지 주교님과의 개별 만남이 대략 16회 이상이 되니, 신학생 때부터 주교님과의 친교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주교님과 예비신학생과의 만남도 있습니다. 예신생 개강미사(3월), 종강미사(12월)를 주교님이 직접 주례를 해 주시고 신학생 부모 피정 때에도 함께해 주십니다.

 

안동교구의 예비신학생 제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안동교구는 특별히 성소담당 신부를 두 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소자 수가 점점 줄어들자, 2011년 후반기에 우병현(마태오) 신부가 첫 성소담당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저는 정철환(타대오) 신부에 이어 세 번째로 현재 성소담당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구 중·고 예비신학생 현황은 2016년 29명, 2017년 26명, 2018년 21명, 2019년 22명이고 신학교 입학생은 2016년 2명, 2017년 1명, 2018년 1명, 2019년 3명입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예신생과 신학교 입학자 수에 대해서는 늘 어려움이 있습니다. 타 교구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점점 현실적인 문제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동교구는 벌써부터 느끼고 있는 현실입니다. 당장 주일학교가 운영되지 않는 본당이 3분의 1 가량 됩니다. 3개 중 1개 본당은 주일학교 학생이 없습니다. 주일학교 학생이 줄어들면, 성소자 수도 역시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대학생, 청년들의 상황은 더 어렵습니다. 교육적인 측면과 직업적인 영역이 맞물려 많은 이들이 대도시로 이주합니다. 학생들 대부분이 교적을 안동교구에 두고 있지만 실생활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휴가나 방학 때 고향에 내려오지만 본당과의 친교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성소자와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어려움을 오히려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지나온 삶을 되새겨보고 자신의 성찰을 통해 “나는 얼마나 복음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졌으면 합니다. 최근 안동교구는 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본당과 공동체, 신학생, 예비신학생, 청년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는 말씀으로 “기억, 감사, 그리고 다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데, 2017년 가정 쇄신의 해, 2018년 본당 쇄신의 해, 2019년 교구 쇄신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안동교구에는 2003년 교구 사제단과 평신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교구 사명선언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이 사명선언문은 안동교구가 50년 동안 살아온 공동체 형성과정의 결심이며,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삶을 응축한 것입니다. 문제는 지나온 삶을 되새겨 보는 내적 성찰을 통해 얼마나 삶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가장 먼저 사제들의 쇄신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안동교구는 2018년 11월 사제회의와 2019년 2월 사제회의 때, 사제들의 쇄신에 대한 나눔과 교육을 가졌습니다.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교구 사명선언문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명선언문을 작성하고 실천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각 사제 그룹별로 발표와 나눔을 통해, 지금의 현실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끊임없는 우리 자신의 성찰이 이루어질 때 안동교구 사명선언문을 삶으로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제성소를 걷고 있는 안동교구의 성소자들이 교구사명선언문의 정신에 따라 조금 더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사람이 되었으면, 조금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작은 것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기를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제성소를 걷고 있는 이들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을 하느님 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내적 성찰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주님께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교구의 보다 많은 성소자들이 세속적인 그 무엇이 아닌, 복음의 정신을 품고 살아가기를….

 

* 안동교구소속 윤성규(바오로) 신부님은 2013년 사제서품을 받고 현재 안동교구 성 소담당 및 교구청년연합회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