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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디비나 영성 수련기 ①
렉시오 디비나 영성 피정 체험기


글 정재훈 가브리엘 |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학원 2학년

 

매 순간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과 기쁨이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성도 믿음도 깊지 않은 저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 은총과 함께 머물러 주신 예수 그리스도, 일치를 이루도록 이끌어주신 성령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때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주심에, 나의 비움, 내어 맡김이 당신은총과 사랑의 충만으로 채워지는 신비를 느끼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렉시오 디비나 피정에 앞서 사제성소에 대한 뚜렷하고 확고한 믿음을 하느님께 원했습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심을 느끼는 것으로, 주시든 주시지 않든 그 안에서 성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A형 독감에 걸려 동기들보다 이틀 늦게 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피정에 들어가기 전 하느님을 만나지 못할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하느님을 만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싹텄습니다.

첫날 첫 텍스트에서 성령청원기도를 바치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내내 하느님께서 기쁨과 은총, 전율을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마지막 날까지 매일 매순간 함께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은 계속해서 더 커졌고 정말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성경말씀 속에서 이야기를 건네시고 저와 함께하시고자 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함께하심과 머무심은 그 자체로 저에게는 기쁨이고 성소를 확고히 하는 선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함께하심으로 인해 저는 사제성소의 길을 확신하며 걸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틀 만에 저는 피정의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정말 ‘다 이루었다.’ 라는 말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욕심, 다급함, 초초함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자유롭게 하느님께 나아가며 저를 비워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더 큰 은총과 기쁨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죄 많은 저에게,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종인 제게 은총과 기쁨을 내려주시고 샘솟게 하셨습니다. 평소 신앙도, 영성도 얕은 저에게 이와 같은 하느님의 은총은 과분하고 맞지 않다는 생각만 들어 그저 당신께 기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벅차고 샘솟는 기쁨, 감당할 수 없는 은총의 느낌, 전율은 저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하심, 따뜻함을 느끼는 선물이었습니다. 하느님께 저를 내어 드릴 수밖에, 봉헌할 수밖에 없었고 저를 비우고 저에게 오시는 하느님으로 채우고자 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은총에 경외를 느끼며 온 몸을 마구 떨기도 하고, 영의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샘솟는 기쁨에 혼자 웃고, 기쁨 속에서 계속 울기도 하는 등 새로움의 연속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삶속에서 얻을 수도, 찾을 수도 없었던 기쁨과 은총에 하느님의 무한하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하느님 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구나.’라는 생각과 하느님의 나라는 어떠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함께하심과 은총에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 이 죄인에게, 이 나약한 종에게 이토록 과분하고 넘치는 은총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왜 저에게 이토록 주시는지요? 제가 뭐라고 이만큼 주시는지요? 저는 당신에게 먼지에 불과한 존재인데 왜 저에게? 이 죄인에게, 나약한 종에게는 당신이 함께하심만으로 충분합니다. 제게 은총과 함께 여러 가지 체험을 주신다면 과분하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은총, 느낌, 체험들을 청한다면 다시는 주지 마십시오. 청하고 구하더라도 주지 마시고 당신께서만 저와 함께하여 주십시오. 제가 이런 것들을 찾지 않고 그것만 바라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함께하심으로도 저에게는 영광이고 과분합니다. 그저 저와 함께하여 주소서. 그리고 저의 비움을 당신으로 채워주소서. 제가 아닌 당신으로 저를 가득히 채워주소서.’

 

모든 것이 은총과 축복이었습니다. 성령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은 언제나 명확하고 뚜렷했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성령께서는 성경의 말씀이 이야기나 쓰인 글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예수님의 삶이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성경말씀은 살아있는 말씀으로 제 안에 살아 숨쉬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경말씀 안에서 주인공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예수님께서 느끼신 수난의 무게와 압박감, 그리고 하느님과 마주할 때의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며 성령의 함께하심을 현존으로 느끼게 하셨습니다. 성경이 살아서 다가올 수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에 성경말씀은 저에게 기쁨과 즐거움, 새로운 말씀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듣고자 가끔은 40분에서 1시간, 때로는 3시간 동안 한 텍스트만 읽으며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늘 함께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 피정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는 기쁨과 행복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은 제게 부족하고 모자랐던 부분을 채워주시고자 하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걸 다시 느끼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과분했던 피정 시간을 마음에 간직하며, 이런 체험 없이도 기쁘게 당신의 길을 걸어갈 것을 약속합니다. 앞으로 도 저를 비우고 예수님 당신으로 채우면서 예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갈라티아서 2장 20절의 말씀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처럼 살아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여전히 하느님을 찾는 자리가 어디든 하느님께서는 충만한 사랑과 은총을 주시면서 저와 함께해 주십니다. 제 안에 계신 예수님과 늘 곁에서 함께해 주시는 하느님과 함께 사제성소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사제성소의 길을 가는 저에게 이 피정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은혜로웠고 생명에 활기를 주며 새 삶을 살아가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함께하심을 알고 느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