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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목을 하며
명 받았습니다!


글 오선미 소화데레사 | 경찰사목선교사, 월배성당

 

2015년 12월 19일 오전 9시, “선생님, 저 이상협 베드로입니다.” 대구○○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의경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한 대원에게서 전역하는 날 아침에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과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전역한다고 선생님께서 직접 써 주신 손 편지에 감동받았습니다. 여자 친구한테도 이런 편지는 못 받아봤습니다. 앞으로 성당활동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너무 벅차서 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던 저는 온 집안을 분주히 뱅글뱅글 걸어 다녔습니다. 그 전화 한 통이 제가 이 순간까지 경찰사목선교사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2015년 3월에 경찰사목담당 신부님의 권유로 경찰사목선교사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를 선교할 정도로 신앙 지식이 없는데 어떻게 선교 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이라 생각하고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신부님께서 교리공부, 성경공부, 특강, 피정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채워주고 계십니다.

신부님께서 경찰사목 선교사들의 활동 목적은 오로지 ‘사랑의 실천’이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천주교 교리 지식이 아니라 2년 동안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군복무를 하게 된 청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그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가는 그 순간이 바로 제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함께 계시면서 쓰다듬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말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사랑으로 무장하고 의경대원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제가 만나는 의경대원들 중에는 신자대원도 있고 이들을 따라온 비신자대원도 있습니다. 신자대원 중에는 신앙생활을 꾸준히해 온 사람이 있는가하면 첫영성체 이후 혹은 중·고등학생 때 이후로 오랫동안 신앙을 쉬고 있는 대원도 제법 됩니다. 그래서 신자든 비신자든 구분하지 않고 함께 천주교 모임을 가지며 교리를 가르치기에 그리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봉사를 시작한 그 해 겨울에 주교좌 계산성당에서 경찰사목의 첫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각 의경부대마다 세례 받을 대원들의 세례신청서를 내라고 하는데 막상 “세례 받을래?” 하고 묻기 가 힘들어서 말도 못 꺼내고 속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의 말씀대로 용기를 내어서 “선생님은 ○○가 세례 받으면 참 좋겠는데… 세례 받자!”하고 권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쉽게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방순대에서 한 명이라도 세례신청자가 있어서 저는 ‘하느님의 일을 영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안심이 되었고 한 편으로 기뻤습니다. 그날 밤에 제가 담당한 방순대 대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몇 달 동안 천주교 모임에는 나왔지만 세례를 받으려는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던 대원이었습니다. 그런 대원이 “선생님, 저도 세례 받으면 안 될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눈물 이 핑 돌만큼 감동이었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과 하느님께서 보시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좌절하지 말라는 선물로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기에는 방문약속이 취소되면 제 자신이 거절당한 것 같아 많이 상심하고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부대 사정상 만나기로 한 약속이 취소되거나 세례 받기로 한 대원이 갑자기 취소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런 경험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이제는 그런 일이 생겨도 담대하게 다음 만남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4년 동안 현실적인 문제로 두 번이나 봉사를 그만 두었는데 지금까지 제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면 하느님께서 주신 임무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떤 분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먹이고 계시고, 어떤 분은 끊임없이 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 계시고, 어떤 분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고, 어떤 분은 끊임없이 찬양하고 계시고, 나열할 수 없는 이 모든 사랑의 행동을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하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하느님의 사명을 받으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경대원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고, 저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선교의 임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경찰사목선교사와 의경대원들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