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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라는 우리의 이름은….


글 정 마리아 막달레나 수녀 |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성소담당

  

지금까지 이런 입회식은 없었다.

우리 수녀회는 4년 동안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과 4월에 두 명의 입회자가 있었습니다. 전회원이 입회식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를 했습니다. 입회식에 참여한 회원들, 지인들, 입회식 미사 강론, 그리고 축하식은 첫 서원과 종신서원을 넘어서는 잔치요 축제였습니다.

입회식에 참여한 모든 이가 신앙의 기쁨과 각자의 성소를 성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소는 하느님의 때에 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임을 고백하고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제 딸을 봉헌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이 저에게 잠시 맡겨두신 선물이었기에 다시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뿐입니다. 맡겨주신 동안 좀 더 잘 대해 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지원자 자매의 아버지의 말씀은 수도 성소를 넘어서는 존재론적 차원의 부르심에 응답하시는깊은 성찰의 표현이었습니다.

수녀회에 입회한 자매들이 수도 성소 이전에 존재론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기쁘게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D·C를 아십니까?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Soeurs de la Doctrine Chretienne)는 프랑스 툴교구의 낭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7세기 말 프랑스 알자스 로렌(Alsace-Lorraine) 지방은 오랜 국경분쟁으로 주민들은 가난과 질병,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어려움에 있었습니다. 창설자 잔 바티스트 바틀로(J.B. Vatelot, 1688-1748) 신부님은 이런 상황에서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을 위해서 여동생들과 함께 학교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진출은 1966년 당시 안동교구의 전신인 대구대교구 안동감목대리구장이었던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셀레스틴 코요스(Celestin Coyos, 1908~1993, 한국명 : 구인덕) 신부님의 요청으로 가난한 안동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젊은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가톨릭 상지학교를 시작했습니다.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뿌리 내린 생명에의 봉사라는 홀씨는 캄보디아의 가난한 뿌삿(Pursat)지역에 전파되어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안나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라는 우리의 이름은 “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이 세상에 오신”(요한 10,10)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고, 생활하고, 전파하기 위해 초대받은 이름입니다.(회칙 3조) 이 이름은 선교의 긴박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여러 가지 봉사 형태를 취하는 우리의 사명은 항상 생명에의 봉사입니다.

 

나침반을 찾아라

저는 지난 2월부터 성소담당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임은 늘 하느님의 부르심과 나의 응답의 과정입니다. 현재 수도회마다 입회자 수는 감소하고, 성소담당자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뜻할까요? 각 수도회 마다 여러 가지 영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젊은이들을 초대하고 찾아가지만 참여 수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 즉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살아내고 있는가를 성찰하며 원인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담당자로 부르심을 받은 지금, 기존의 정밀지도를 뒤로하고 내면의 나침반을 찾아야겠습니다.

 

‘미/친/소’의 비전

제가 만나는 한 명은 소우주입니다. 한 명이 저에게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 ‘미/친/소’로 동행하는 벗이 되고 싶습니다. ‘미/친/소’는 예수님의 미소로 예수님의 친절로, 그리고 예수님처럼 소중히 함입니다.

현재 여러 본당에서 모인 여학생들과 여러 수도회에서 모인 수녀님들과 함께 ‘중·고등부 여학생 성소자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여학생 성소자들이 각자의 수도회를 초월하여 함께 준비하고 기도하고 나누면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신앙이 성장하고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성소가 성장되리라 믿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이르도록 ‘거룩한 사람’이 되라고 부르십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우리의 응답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살아가고 각자 어느 곳에 있든 날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고유한 증언을 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라고 부름받고 있습니다. 봉헌 생활자입니까? 자신이 봉헌한 대로 기쁘게 살아가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혼인한 사람입니까?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듯 자기 배우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직장인입니까?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함으로써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어머니나 아버지입니까? 할머니나 할아버지입니까? 아이들이 예수님을 따르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4항)

 

*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정 마리아 막달레나 수녀님은 2010년 종신서원을 하고, 현재 바틀로교육센터에서 젊은이와 동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