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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아! 이게 아닌데….


글 류주화 시몬 신부 | 성요한 복지재단 상임이사, 일심재활원장, 2대리구청 사회복지담당

 

2009년 월명성모의집, 2010년 민들레공동체, 2015년 글라라의집, 2016년 일심재활원, 이렇게 지금까지…. 저는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너무 속상합니다. 왜 이런 사람들 있잖아요. 손만 대면 물건이 부서지거나 투자만하면 폭락하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제가 말만 하면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고, 무엇을 하기만 하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차라리 물건이나 돈이면 다행일 텐데 번번이 사람들이 상처받고 아파하게 되네요.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으면서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성경소구가 하나 있습니다. 저의 서품성구인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이사 40,1)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강한 열정과 기대 속에서 사제생활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사회복지 사목을 하니 얼마나 더 열심히 위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까요? 그러나 위로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위로는 커녕 상처만 안 주면 다행인 걸요…. 

사회복지 사목을 하면서 어렵게 얻은 깨우침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상의 삶이 결코 가볍거나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사목을 처음 시작하면서 교회 안에서 좋은 일도 많이 이루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잘 안내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곳곳을 찾아다니며 회의도 하고 교육도 마련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밥을 하는 것, 밥을 먹는 것, 씻는 것, 화장실에 가는 것, 옷을 입는 것, 청소하는 것, 같이 앉아 머무르는 것, 이 얼마나 당연하고 지극히 단순한 것입니까? 그런데 이것만큼 쉽지 않고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이것이 결코 당연하거나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우리 선생님들에게 왜 그렇게 나쁘게 소리쳤을까? 우리 입주민들을 왜 그렇게 귀찮아하고 멀리하려 했을까? 이 모두가 삶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제 욕심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이겠지요. 억지스럽게 사람들을 도와주고 위로한답시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결국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습니다.

‘아! 이게 아닌데….’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픈 지난 10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제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위로하고 용서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저에게 끊임없이 새롭게 기회를 줌으로써 저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돕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같이 있기, 대충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주기보다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히 살펴보기, 돕기 위해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도울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사람들과 나누고 설득하기, 먼저 머무르고 살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누고 움직여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