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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수도생활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


글 최정규 요엘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소담당

 

 

언제나 하느님께서는 적절한 방법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수도생활에 대한 열망이 일어난다면, 우선 이것이 하느님의 부르심인지 올바로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일상에 충실하고 꾸준한 성찰과 성실한 신앙생활을 해야합니다.

다음으로 수도원을 직접 방문하여 성소 담당자와 만나고 수도생활을 체험함으로써 하느님의 부르심을 식별해 나아가야 합니다. 성소에 대한 응답은 본인의 결단과 함께 공동체의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수도 공동체는 성소자와 함께 자신의 올바른 성소를 찾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제 수도생활이 무엇인지, 그리고 많은 수도회 중에 제가 속해 있는 베네딕도회는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수도생활

수도생활이란 교회 초기부터 그리스도를 철저히 따르며 오로지 하느님만을 찾고자 세상에서 물러나 사막이나 광야로 들어간 수도 교부들의 전통을 잇는 삶을 말합니다.

수도생활은 영적이고 내적인 여정으로서 금욕적 ‘수행생활’과 하느님과 일치로 나아가는 ‘관상생활’입니다. 수행생활의 목표는 바로 마음의 순결, 즉 모든 욕망들에서 해방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수행생활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을 관상하고 그분과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인 수도생활은 노예살이 하던 이집트(인간의 헛된 욕망, 그리고 죄와 죽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천상 예루살렘(새로운 인간 또는 천국,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곳)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베네딕도회(Ordo Sancti Benedicti, OSB)는 이탈리아 노르치아(Norcia) 출신 성 베네딕도(480~547경)를 스승으로 삼아, 성인이 지은 수도규칙을 따르는 전 세계 남녀 수도회들을 말합니다.

베네딕도회 영성은 근세와 현대에 생겨난 여타의 수도회들과는 다릅니다. 베네딕도회는 무엇보다 ‘함께’ 하느님을 찾는 공동체 영성을 추구합니다. 베네딕도회의 이상은 사도행전에 묘사 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생활입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는 ‘정주(Stabilitas)’와 ‘수도승다운 생활(Conversatio Morum)’과 ‘순명(Oboedientia)’을 서원하며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합

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자의 삶은 기도와 노동 (Ora Et Labora), 그리고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로 이루어집니다. 수도자는 수도 공동체 안에서 규칙과 장상(아빠스, Abbas)에게 순명하고 수도자다운 삶으로 형제들과 하느님을 찾아갑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하느님의 일(Opus Dei, 전례)을 삶의 중심에 놓고, 손수 노동하며 얻은 땀의 결실과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세속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뜻만을 찾아 살아가려는 수도자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 하느님 나라를 세워 갑니다 . 특별히 우리 수도원은 ‘안으로는 수도 승 , 밖으로는 사도(Intus Monachus, Foris Apostolus)’, 그리고 ‘눈먼 이들에게 빛을(Lumen Caecis)’이라는 표어아래 베네딕도회 수도자로서 선교 활동을 수행합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시골 동네 입구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우리 수도원도 늘 그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영혼의 쉼터가 되고자 합니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수도원에서 세상과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고요한 가운데 자신을 되돌아보며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하느님의 부르심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릅니다. 항상 귀를 기울여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 주님께서 나를 인도해 주신 다는 굳은 믿음으로 결단을 내릴 용기를 청해야 합니다.

“모든 일에 있어 하느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소서.”(수도규칙 57,9)

 

* 최정규 요엘 신부님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속으로 성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