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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


글 김윤자 안젤라 | 선산성당, 한국여기회 상임위원

하느님, 당신은 옹기장이, 저는 당신이 빚으시는 질그릇입니다. “옹기장이가 제 손에 있는 진흙을 제 마음대로 빚듯 인간은 자신을 만드신 분의 손 안에 있고….”(집회 33, 13) 이렇듯 하느님 당신께서는 옹기장이시고, 저는 오로지 하느님 당신이 빚으시는 질그릇이오나, 아무렇게나 빚어서 그냥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서 깨트려 버리지도 않으시고 고이고이 다듬어 가시며 빚어 놓은 질그릇으로서의 저이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제 인생을 돌아보면, 땅을 밟고 당당히 살아보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기 보다 혹여 저와 제 아이가 누구에겐가 또는 스스로에게 힘에 부쳐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더 큰 마음으로, 꿋꿋하다는 것을 억지로 드러내 보이며 살아온 70년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가만 뒤를 돌아보고 앞을 보고 TV를 보아도 가족이 있다는 것, 반려자가 있어서 함께 다독여 가며 오손도손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보기 좋습니다. 함께 늙어가는 부부들의 모습은 더 아름답고 곱습니다.

아이도 부부가 같이 키워야 그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고 참사랑을 배워갈 텐데 저는 그러지 못해 조금 힘들었습니다. 저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가르친 것을 하느님 당신께서 다 아신다고 하시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제가 가끔 반문을 하며 하느님 당신께 덤비기도 했었습니다. 왜냐고요?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님도 성모님 혼자서 예수님을 키워내신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요셉 성인께서 함께하셨지요.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그런 저에게 하느님 당신께서 주신 은총과 축복은 너무나 크시옵니다. 옹기장이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저를 내려놓지도 않으시고 내동댕이치지도 않으시며, 오직 저를 하느님 당신의 손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언제나 저의 손길을 받아주셨고 붙잡아 주셨습니다. 혹여 제가 하느님 당신의 손길에서 멀어지려고 하면 하느님 당신께서는 다시 저에게 당신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몇 날 며칠 궂은 날씨가 이어지다가 활짝 갠 햇살이 가득한 날처럼, 매일매일 하느님 당신께서 저에게 주시는 ‘하루’라는 귀한 선물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도록 제 삶이 당신의 은총과 축복 속에 머물러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하오니 가끔 제가 하느님 당신께 억지부렸던 것도 참아주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하느님 당신 말고는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 놓고 덤빌 때가 없다는 것을 하느님 당신께서는 누구보다도 잘 아시옵니다.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제가 하느님 당신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하느님 당신은 옹기장이,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고상하게 빚으신 하느님 당신의 질그릇이옵니다. 하느님 당신의 질그릇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쓰일 수 있으면 저는 참 좋겠습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