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교회음악칼럼
펠릭스 멘델스존 <새해 첫날> Am Neujahrstage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2022년 1월, 새로운 한 해의 첫 달, 첫날을 맞이합니다. ‘첫’, ‘처음’이라는 단어는 어제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를 의미있고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새해 첫날 우리는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며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찬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창조된 인간에게 처음으로 건넨 하느님의 말씀 역시 ‘축복’이었습니다.(창세 1,22 참조)

새해 첫날 미사의 제1독서 또한 축복의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6)

 

축복으로 채워질 새해를 맞이하며 펠릭스 멘델스존은 〈새해 첫날〉이라는 합창곡을 작곡했습니다. 멘델스존은 독일의 대표적인 초기 낭만 음악 작곡가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은〈축혼 행진곡〉입니다. 1842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모티브로 서곡과 극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중 〈축혼 행진곡〉은 결혼식 음악으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은 멘델스존이 1843~1846년에 걸쳐 베를린 돔 소년합창단을 위해 작곡한 여섯 개의 합창 모음곡 《전례력에 따른 여섯 개의 말씀》중 두 번째 곡입니다.

 

1. 성탄(Weihnachten)

2. 새해 첫날(Am Neujahrstage)

3. 승천일 (Am Himmelfahrtstage)

4. 사순(in der Passionszeit)

5. 대림 (im Advent)

6. 성 금요일 (Am Karfreitage)

짧은 성경 구절이나 신앙적 내용을 가사로 한 8성부 합창곡이며, 〈새해 첫날〉은 시편 90편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요란스럽거나 지나치지 않게 온화한 박자와 화성으로 한 처음부터 세상 끝날까지 ‘나의 안식처’, ‘나의 하느님’으로 머물러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있습니다.

 

주 하느님, 당신께서는 대대로 저희에게 안식처가 되셨으며,

Herr Gott, du bist unsre Zuflucht fur und fur

산들이 생기고, 땅과 세상이 창조되기 전부터,

Ehe denn die Berge worden, und die Erde und die Welt erschaffen worden

영원에서 영원까지 당신은 하느님이십니다. 알렐루야

bist du Gott von Ewigkeit zu Ewigkeit. Hallelujah!

 

축복과 감사만으로 채워지면 좋을 나날이지만 나약한 인간이기에, 쉽게 근심 걱정을 떨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달, 일 년이면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2022년에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고, 무엇이 내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축복은 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한 나날 앞에서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 하느님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용기를 청합니다. 마음으로 계획한 앞날의 걸음을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의 선하심에 마음을 열고, 넘치는 축복과 참 평화 안에 머무르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너의 앞에 계시기를,

너에게 바른길을 가르쳐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곁에 계시기를,

너를 두 팔로 감싸 주고 지켜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뒤에 계시기를,

악인들의 흉계에서 너를 보호하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밑에 계시기를,

네가 넘어질 때 잡아주고 너를 덫에서 빼내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안에 계시기를,

네가 슬퍼할 때 너를 위로해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를 에워 계시기를,

누군가 너를 비난할 때 너를 변호해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위에 계시기를, 너를 축복하시기 위하여

좋으신 주님께서 이렇게 당신을 축복하시길 빕니다

- 고대 축복 기도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