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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저는 성경 과외 해 주는 신부”입니다.


글 허진혁 바오로 신부|사회복지법인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차장

“유튜브로 공유하면 어떨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성경 공부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원장 신부님께서는 오히려 저에게 이렇게 제안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순간 당황하며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훨씬 더 크게 진행될 것 같아서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호 참조) 요양원 원목 신부로서 금요일 퇴근 방송 DJ와 각층 순회공연이라는 프로젝트에 이어서 제가 세 번째로 계획 한 일은 ‘직원 대상 성경 교육’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원내에서조차 여러 명이 함께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아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면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3교대로 돌아가는 요양원 근무 특성상 특정한 시간에 직원들이 함께 모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요.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기다리는 것도 아닌 듯해서 결국 저는 비대면으로라도 모임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사제서품을 받고 국내, 국외 모두 본당 생활만 했던지라 사회복지시설, 특히 어르신 요양시설의 신자 직원들이 가진 고충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와서 보니 직원들의 근무 시간 특성상 주일미사를 궐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고, 본당에서 제단체 활동을 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신자 직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더욱 커지면서 결국 저는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직접 강의하는 것을 핸드폰으로 녹화해서 SNS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그런 제 의견을 전해들은 원장 신부님께서 오히려 “이왕 만드는 거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공유하면 우리 직원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외부의 신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주신 것이지요. 참고로 당시는 교구 사목방침인 “말씀의 해”가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역제안에 저는 순간 당황하였지만 평소에도 저는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성경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고, 제가 가는 곳마다 꾸준히 나름대로의 성경 통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위기 상황은 오히려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원장 신부님께 계획을 말씀드린 이후부터 약 두 달간 본격적으로 기획을 해본 결과 저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저의 일과 시간뿐 아니라 퇴근 후 개인시간, 그리고 토요일까지 최소 1년간은 꼼짝없이 헌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보잘것없는 봉헌이 미사 참례를 할 수 없어 망연자실하고 있는 교우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단순히 ‘한번 해볼까?’가 아니라 오히려 이젠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을 기획하면서 우선 저는 ‘요양원 원목 신부인 내가 굳이 왜 이걸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명한 성서학자들의 강의 영상을 이미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대부분의 가톨릭 온라인 성경 강의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성경에 ‘대한’ 내용을 해설하는 입문강의나 개괄강의 혹은 특정 주제를 풀이하는 ‘특강’은 많지만 성경 본문의 내용을 직접 이야기식(스토리텔링)으로 풀이해 주는 강의는 많지 않았고, 있다 하더라도 모세오경이나 역사서 혹은 복음서처럼 몇몇 특정한 성경에 한정된 강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둘째, 집중력이 떨어지는 핸드폰에서 보고 듣기에는 강의 영상 재생 시간이 대부분 길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하느님 말씀에 대한 가르침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강의를 더 오래,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점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나 생업적인 문제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분들, 혹은 요양원처럼 불규칙적인 근무 패턴을 가지신 분들이 해당 영상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하려면 나름대로 큰마음(?)을 먹어야 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 끝에 2020년 6월 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성경 과외 해 주는 신부’ 유튜브 채널 첫 영상을 올렸고, 각각 10분 내외의 영상을 매주 한 편씩, 현재 60개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영상 편집을 따로 배운 적도 없고 성서학자도 아닌 평범한 사목자가 현장의 소임을 하면서 ‘과외’로 별도의 작업을 하려니, 때로는 밤을 꼬박 세워야 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녹음을 해야 하는데 목이 쉬어 버리거나 산속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때문에 한밤중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서 녹음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직원 분들과 구독자 분들의 기도와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는 용하게도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도 완결하지 못했지만 저의 보잘것없는 이 봉헌을 통해 그동안 성경을 어렵게만 느끼시던 분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더 쉽고 재미있게 맛들일 수 있다면, 그래서 보다 더 수준 높고 심도 깊은 성경 공부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말씀 과외하는 사제’로서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