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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교회 공동체 설교(마태 18장)


글 이민영 예레미야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마태오 복음서는 ‘교회의 복음서’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복음서 가운데 유일하게 마태오 안에서만 ‘교회(에클레시아)’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16,18; 18,17)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십니다. 따라서 마태오가 전하는 교회는 유다인들의 ‘회당’과 구분되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제자들의 모임으로서, 주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고 증언하는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을 의미합니다.

 

마태오복음 18장 교회 공동체 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받아들이는 교회 공동체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시며 하늘 나라의 맏물인 교회의 참 모습을 밝혀 주십니다.

교회 공동체와 관련된 18장의 주된 내용은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되기(1-5절)에서 시작하여 죄의 유혹 물리치기(6-9절), ‘작은 이들’과 ‘길 잃은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10-14절), 형제에게 충고하는 방법(15-18절), 함께 기도하기(19-20절), 그리고 용서하기(21-35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18,3)

 

예수님께서는 먼저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으로 ‘회개하기’와 ‘어린이처럼 되기’를 말씀하십니다.(3절) 여기서 ‘회개하다’로 번역된 ‘스트레포’ 동사는 ‘돌리다’, ‘돌아서다’라는 의미로, 마음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뜻합니다. 온 마음과 온 삶으로 하느님을 향하고 어린이처럼 겸손되이 자신을 낮추며 전적으로 하느님만을 신뢰하는 사람이야말로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고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라 불리게 됩니다.(4절)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18,10)

 

또한 예수님께서는 죄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며 ‘작은 이들’과 ‘길 잃은 이들’ 중에 단 한 사람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그들을 형제적 사랑과 관심으로 따뜻하게 돌보아 주는 것이 공동체의 가장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을 깨우쳐 주십니다.(6-18절)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18,22)

 

예수님은 무엇보다도 형제에 대한 용서(21-35절)를 거듭 강조하십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죄를 짓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원수에 대한 용서는 때론 인간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성경에서 ‘일곱’이 ‘완전’, ‘완성’, ‘전체’를 나타내는 상징적 숫자임을 감안한다면,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야말로 무한정 용서하라, 무조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일단 이 말씀에 머물러 보면 조금, 아니 매우 억울하지요. 그리고 나에게 상처와 아픔을 준 누군가의 ‘미운 얼굴’이 떠오르면, 솔직히 이 요구가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매정한 종의 비유(23-35절)에서 드러나듯이 이러한 용서는 우리를 향해서 먼저 이루어진 하느님의 조건 없고 한정 없는 용서와 사랑에 근거합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18,33)

 

하느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먼저 용서해 주셨으니 우리는 마땅히 형제들을 용서해야 하고, 하느님께서 부당한 우리에게 조건없이 자비를 먼저 베풀어 주셨으니 우리도 형제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용서를 가르쳐 주신 예수님께서는(6,12 “저희에게 잘못한 이〈어원은 ‘빚진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완전히 보여주시고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여전히 두 팔을 벌려 우리를 맞아 주시는 예수님은 오늘도 사랑과 용서의 길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마태오 18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여 하늘 나라의 복음을 따르는 교회가 마땅히 구현해 나가야 할 모습을 전해 줍니다. 그것은 회개와 주님께 대한 오롯한 의탁, 가장 가난하고 약하고 소외된 이들, 길 잃은 형제들에 대한 우선적 관심과 따뜻한 보살핌, 하느님의 무한하고도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에서 흘러넘치는 형제적 사랑과 용서, 화해의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교회 공동체의 소명은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이신 예수님’(1,23; 18,20; 28,20)과 일치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바치는 교회 구성원의 기도를 통해 더욱 굳건해지고, 마침내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 교회가 온 세상에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 나라의 참 모습을 증언하며 거룩하고 참되고 살아있는 하늘 나라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1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