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 신부다.?? (농막 탐방기) 오늘 부임하시는 신부님을 맞이할 기대에 마음이 설레인다. 어떤 신부님이 오실까? 신부님의 이삿짐이 도착한다는 시간에 맞추어 성당으로 갔다. 오신다는 시간보다 조금 늦게, 공사판에서 막 일을 하시다가 휴식 시간에 잠깐 쉬러 오시는 듯한 한 분이 차에서 내리시는데 농촌 아줌마들이 즐겨 입으시는 냉장고 몸빼 바지에 작업복 윗도리, 운동화 차림이 누가 봐도 농사꾼. 아니면 일당 받고 일하는 분 같다. “안녕하세요. 이영재 대건안드레아 신부입니다.” 놀라기보다는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힌다. 부임하시는 신부님의 모습과 옷차림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시다가 오시기에 저 모양인가? 건성으로 인사를 올리고 집으로 왔지만 신부님에 대한 궁금증으로 깊은 상념에, 한참을 헤매다 보니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고 시골 본당이라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약간의 분노감 마저 느끼게 된다. 신부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실망과 절망이 밀려오면서 어떤 사목을 하실런지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잠깐 쉬었다가 거쳐 가실 것 같아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자연을 사랑하여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하시는 자연인이 됨을 원하시는 〈자연인 신부님〉이심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 보는데 주어진 각본 속에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연출하는 짜여진 내용은 나를 식상하게 만들지만, 세상살이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병든 몸을 자연을 찾아 자연과 함께 욕심을 버리고 치유의 삶을 찾은 그들의 공통된 모습에서 공감과 감동을 받는다. 첫날 처음 미사 때부터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강론 말씀이다. 꾸밈없고 가식 없이 시골 본당 신자들의 수준에 맞는 길지 않고 핵심이 담긴 내용의 메시지는 매번 가슴 치게 만드는 회심의 회초리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깨닫게 하는 감동의 말씀으로서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게 하는 탕자의 모습을 찾게 하여 준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남의 허물과 약점을 들추어내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를 버리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말씀의 배경에는 욕심을 버리는 삶을 선택한 자연인의 모습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면 성당 출입구 현관에 놓여진 과일, 다음날은 각종 야채, 계란 등등. 필요한 만큼 가져가란다. 나눔을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신부님.--- 어느 날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마음 아프게 하는 신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할 때 농막을 찾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빛을 발하며 근심 걱정 말라고 위로하는 반딧불에 마음을 실어 보내면 마음도 정화되고 자연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섭리에 감사한다고 하신다. 신부님의 초청을 받아 농막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신부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은퇴 후에 산속 깊은 곳에서 자연인으로서 삶을 살고자 희망하던 중 가까운 지인의 소유인 골짜기의 수풀 무성한 땅(임야)를 제공해주셔서 안식년 동안 직접 개간하여 땅과 임야를 가꾸고 정리 정돈하여 농막을 짓고 안식년을 여기서 보내셨다고 하시며 앞으로 자연인으로서 생을 마칠 각오로 틈틈이 정착 준비를 하신다고 한다. 본당에서 2시간 정도 가야 하는데 농로 길로 들어서니 좁은 길과 굽은 길이 많아 나의 운전 실력으로는 힘들 것 같다. 신부님께서는 즐겁고 신바람이 나시는 것 같다. “나훈아” 노래를 흥얼대시며 여유롭게 운전하시는 신부님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숲속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기쁨으로 들뜬 신부님이 부러워진다. 실록의 계절 5월답게 푸르름을 자랑하는 녹색 산천은 세상살이에 찌들고 쌓인 피로는 말할 것도 없고 힐링 그 자체이다. 신부님이 감동받은 노래를 들려주시겠다면서 들려주신 노래 “살다 보면 알게 돼. 일러 주지 않아도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 년도 힘든 것을 천 년을 살 것처럼”을 합창할 때 내 삶의 일부인 것 같고 평소에 느끼지 못한 감동이 밀려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엄격하고 섬세하시고 고지식한 신부님의 모습만 상상했는데 따뜻한 감수성의 감정이 있음을 느끼고 보니 친밀감이 밀려온다. 한참을 달려 마을을 지나고 산속으로 들어서니 6평 농막이 마치 아름다운 전원주택으로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자연의 선물이 아닐까요. 1층은 신부님 침실 같고 복층으로 된 2층은 미사 드릴 제대와 제구들 기도방.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눕히고 앞을 보니 놀랍다. 맑고 높은 하늘 아래 두 산마루가 하-트 모양을 이루어 서로를 품어 주는 모습이 엄마가 아기를 포근히 안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엄마의 품을 연상하게 하는 행복감을 준다. 이곳을 방문하신 어느 지인께서 이곳 풍경을 말씀하시기를 “탯줄을 달고 엄마의 자궁에서 잠자던 모습 같다고” 하셨다니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인가? 풍수지리는 고사하고 바로 이곳이 명당자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약 처방 없이는 잠들지 못하셨던 불면증이 이곳 생활을 하면서 없어졌고 오랫동안 괴롭혀 오던 피부가려움증(건선), 눈의 황반변성증이 함께 깨끗이 치유되었다고 하니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사연이다. 사제의 길을 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로 받은 스트레스를 농막에서 대자연과 함께 날려보며 깊이 묵상하면서 양들을 파란 풀밭으로 인도하는 멋진 목자 되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신부님의 안내로 농장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중 농막 밑에 산 언덕을 파고 석빙고같이 보이는 창고를 발견했다. 궁금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냉기가 감도는 토굴이다. 자연 냉동 창고로 사용하지만 실은 반공호란다. 산불이 났을 때 미쳐 대피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마을에서 모셔와서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함인데 그래서 방독면 여러 개와 의약품 상자도 준비해 놓으셨단다. 웃음이 나오는 재미있는 발상 같지만, 재난도 이웃과 함께하고자 하는 신부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존경심이 간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 그리 크지 않고 고기 수십 마리가 노니는 조그만 연못, 연못가를 장식해 주는 노래로만 듣던 해당화, 잘 정리된 농기구 창고,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오리와 닭, 철 따라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 채소들, 그리고 자연의 공기, 아름다운 풍경, 떠나고 싶지 않은 이곳. 그러나 시간에 쫒겨 아쉬움을 남긴 채. 또 다음날을 약속하면서 가자고 채촉하는 차에 오른다. 자연이여 안녕! 신룡성당 : 전제옥(클레멘스) 054-433-4923 010-3523-73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