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병의 원인 파악입니다. 하나의 병이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들을 나타내더라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진단의 원인을 해결하면 질병은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감기에 걸린 경우 환자에 따라, 어떤 사람은 콧물을 흘리고 목이 아프고 기침을 많이 한다던가, 혹은 어떤 사람은 오한이 들고 온몸이 쑤신다거나, 또 어떤 아이들의 경우에는 열이 나고 배가 아프다고 하며 설사를 한다던가 하는 등 각양각색의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진찰과 검사를 시행한 이후 하나같이 ‘감기’라고 진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단 결과로 우리는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여 이러한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되었구나 하고 짐작하게 되며, 그에 맞는 병의 경과를 예상하게 됩니다.
현대 의학에서 정신분열병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정신분열병을 진단하는 방식도 크게 진화하였으며, 원인에 대한 설명도 꽤 과학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제정신이 아닌 사람’ 혹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던 것에서, 우울증이나 조울증 혹은 치매와 구분하여 정신분열병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 채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만, 그 100년 남짓한 시간 동안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1994년에는 정신분열병 증상을 정리하여 새로운 진단의 기준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환청이 들리거나, 혼자만의 망상 속에 있거나, 생각이나 말, 행동이 너무 체계적이지 않거나, 감정이 없는 사람 같고 말도 없고 사람들과의 접촉 없이 지내거나 하는 경우, 정신분열병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물론 그 외의 다른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는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큰 스트레스 이후 사람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는 이 상황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감기의 예를 들자면, 추운데 나가 있으니까 감기에 걸렸다고 옛날 사람들은 여겼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경우 코나 목이 건조해지고 점막이 보호 기능을 잃으면서,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게 되어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신분열병의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환자의 뇌 자체가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해서 병이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를 잘 견뎌내는 뇌를 가진 사람은 같은 환경에 있어도 정신분열병이 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스트레스에 약한 뇌를 가진 사람은 이 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설명하자면 약한 뇌를 가진 사람은 별 스트레스 없이도, 병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왜 뇌가 약해졌느냐?’라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뇌의 발달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혹은 뇌가 빨리 노화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10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데,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경우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미세한 이상이 흔히 관찰됩니다. 이러한 뇌의 이상이 신경 세포에 변화를 주고,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정보 전달 시스템에 이상을 일으키면서 결국 생각의 흐름과 행동의 조절을 방해하여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 의학에서는 정신분열병이 ‘뇌의 질병’이라는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손상을 입은 뇌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경우 코감기에 쓰는 약과 목감기에 쓰는 약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정신분열병의 치료에 있어서도 증상에 따라 그에 적합한 약을 선택하여 투여하고자 하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환자들은 일종의 ‘약한 뇌’를 가진 사람들이므로, 이들에게는 ‘약한 뇌’를 가지고도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도 함께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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