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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내가 바뀔 때 세상이 바뀐다.


하성호(사도요한)|신부, 교구 사무처장 겸 월간 <빛> 잡지 주간

문득 수년 전 김천 지역에 대형 할인점이 건립될 무렵, 택시 뒤 유리창에 붙었던 노란 스티커 전단 문구인 ‘엄마가 000 가면 아빠는 죽는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보통 때는 무심코 보았던 문구였는데 그날따라 나 역시 대형 할인점을 다녀오던 터라 그 문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 나부터 재래시장을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잠시뿐이었다.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면 상당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곤 하였다. 값도 조금 저렴하고 보너스 점수까지 챙길 수 있어 참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게다가 사은행사에 당첨되어 몇 만 원짜리 쿠폰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CD 플레이어가 고장이 나서 간편한 CD 플레이어 하나를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내의 한 오디오 가게를 찾았다. 제품에 관해 주인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상점 문을 나서려 할 때 그분은 힘없이 한 마디 호소 아닌 호소를 나에게 던지는 것이었다. “2-3만 원 더 비싸도 인터넷으로 구입하지 마시고, 지역 상인에게 도움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자기 상점을 찾는 젊은 사람들은 그저 상품의 견본을 보기 위해서 상점을 찾을 뿐이고, 실제 물품은 인터넷으로 구입한다고 하였다. 과거 대구지역에 30개가 넘는 오디오 가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두 개뿐이라고 하면서, 자기도 가게 문을 닫아야 하겠는데 마땅히 다른 일을 찾지 못해 문을 닫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날 마치 ‘나 자신도 큰 죄를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학생들에게 호소하였다. 우리들은 지역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사목자가 되어야 한다고, 교무금을 내는 사람은 시장 구석에서 대형 매장 때문에 장사가 영 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바로 그분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동안 대형 할인점들이 흡입기처럼 지역 소비자들의 돈을 흡입한다더니, 이젠 SSM(Super Super Market)이 전국적으로 이미 약 480개가 개장되었고, 계속 그 수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막겠다고 생존권을 외치며 중소상인들이 시위도 하고 하였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애써 듣는 이들도 없는 듯하다. 곧 골목상권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세상의 대세 앞에 나 하나의 생각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비효과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나 하나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그 너머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면 우리 사회는 분명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요즘 교구설정 100주년을 준비하며 이 지역에 교회가 있어야 하는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본다. 그 존재 이유에서 모든 교회의 활동과 사명이 나오는 것이고, 교구설정 100주년 준비의 토대도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이야기지만 자꾸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도 교회를 통하여, 교회 안에 현존하시길 원하신다. 교회 구성원인 내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때 주님의 그  바람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