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위잉! 새벽의 단잠을 깨우는 소리입니다. 본당 부임하고 꿈같은 하루를 보낸 다음날 새벽 일찍 단잠을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나 생각했습니다. 우리 본당의 환경위원장이 2-3일에 한 번씩 들러 본당 미화를 위해 잔디를 깎는다는 얘기에 참으로 부지런하고, 본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런데 2주 가까이 환경위원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잔디도 주인을 잃은 양 마냥 슬퍼만 보였습니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주인을 잃은 잔디를 보면서 마음 한 구석도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새벽의 단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잔디들의 반가운 기지개처럼 저도 상쾌하게 기지개를 켰습니다.
중간에 틈을 이용해서 커피 한잔을 위원장과 나눴습니다. 3시간이란 긴 시간 동안 누가 알아주든 말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다양한 사랑의 방법을 보게 되었습니다. 본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본당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같겠지만 온 몸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다. 환경위원장의 본명이 베드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정말 베드로 사도처럼 열정적으로 사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불같은 성격으로 친화력이 약했던 베드로이지만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그 불같은 성격이 교회의 기둥이 되었듯이 그러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무언가를 사랑합니다. 부인을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신앙인은 교회를 사랑하고…. 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각자에게 주어진 색깔대로 사랑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 방식대로 사랑하니 때로는 오해도 생기지요. 나 같은 모습으로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서로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다른 이의 사랑을 배울 수 있고, 내 사랑의 방법도 바꿔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점점 커져가는 것이지요.
옥계 신자들은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내가 있고, 나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나름의 방식대로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공동체보다 많다는 것을 느끼니 말입니다. 저도 제 방식대로 교회를, 옥계공동체를 사랑해 보려 합니다. 비록 다른 분들이 보기에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저 제 색깔일 뿐이니까요. 주님 보시기에 열심하다면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다시금 꿈을 꾸어 봅니다. 새벽을 깨우는 소리를, 주님의 사랑의 소리를 고대하며, 윙~위잉~!〉
옥계 공동체에 부임하고 이내 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더욱 더 열심히 사랑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보았습니다.
교황님의 선포에 따라 2009년 6월 19일부터 일 년 동안 교회 공동체 모두는 ‘사제의 해’를 살아갑니다. 특별히 대구대교구에서는 ‘거룩한 사제, 사랑 충만한 사제, 행복한 사제’라는 소주제를 생활의 모토로 삼고 사제들의 성화에 더욱더 노력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사제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사랑 가득한 신자들이 있기에, 또한 그들과 함께 삶의 자리에서 사랑을, 애환을, 기쁨을, 슬픔을 함께 하기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또한 그들과 함께 예수님 성찬의 식탁에 함께 하기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도 사제의 해를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또한 더욱더 공동체의 일원임을 잊지 않고 살고자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사랑 가득한 신자들이 있기에, 또한 사제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는 거룩한 신자들이 있기에, 그들과 엮어가는 한해가 더욱더 새롭게 다가오리라 생각하며, 저는 오늘도 또 다시 꿈을 꾸어 봅니다. 다른 새로운 새벽을 깨우는 소리를, 주님의 사랑의 소리를 고대해 봅니다.
* 장우영 신부는 2000년 6월 29일 사제 서품을 받은 올해 10년차 신부입니다. 두류성당, 대덕성당, 성요셉성당 보좌신부를 거쳐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목처 학생담당 신부로 사목하였으며, 2008년 9월 5일부터 옥계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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