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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구광역시 중구청 윤순영(수산나) 중구청장
문화와 역사의 산실, 중구를 즐기다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오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중구는 신(新)·구(舊) 세대 간의 조화 안에서 첨단 패션, 서비스·유통업과 더불어 영남지역 문화와 역사의 산실이라 할 만큼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신앙인으로 살면서 ‘행복을 디자인 하는 중구’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윤순영(수산나, 삼덕성당) 중구청장을 만나 그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여름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오후, 많은 민원인들의 발길이 머물다 떠나는 중구청을 찾았다. 바쁜 일정 안에서도 <빛> 잡지와의 인터뷰 시간을 여유 있게 배려해 준 윤순영(수산나) 중구청장은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인터뷰 내내 즐거운 마음, 환한 웃음으로 구정 이야기부터 신앙 이야기까지 조목조목 풀어놓았다.

민선 4기로 중구청장에 취임한 지 어느 덧 3년째. 여성으로서 처음 청장 일을 맡았을 때의 무게감은 온데간데없고 눈앞에 산적해 있는 일들을 섬세함과 끈기, 때론 냉철함으로 풀어나가는 정책은 뭇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그 옛날의 소란스럽고 어수선했던 대구의 도심 동성로 거리는 이제 걷고 싶은 거리, 문화를 즐기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하였고, 일부구간은 금연 구역으로까지 지정되어 깨끗한 거리로 변모하였다.

문화예술행정학 석사와 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할 만큼 문화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찾고 그 뿌리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바람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윤순영 청장은 취임 이전부터 도시미학에 관심이 많았다. “도시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유산인데, 자연파괴 일로에 있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는 윤 청장이 꿈꾸는 도시는 단순히 도시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그 문화와 역사를 누구라도 찾아와 즐기면서 세대 간의 소통을 만들어가는 사람 냄새나는 도시를 의미한다.

그런 윤 청장에게 골목은 문화유산과 어우러진 또 하나의 숨겨진 보물. 역사의 흔적이 배인 골목에 대한 관심은 윤 청장으로 하여금 ‘도시문화탐방 골목투어’ 코스개발을 현실화 하였고, 현재 투어에 참여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예로 새롭게 단장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대구 출신 이상화 시인의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의 거장인 서상돈의 고택을 끼고 걷다보면 주교좌계산동성당과 약전골목 그리고 종로 화교거리로 골목은 이어진다. 또 제일교회 옆 3.1만세운동길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동산병원과 이웃해 있는 의료선교박물관으로 골목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처럼 중구의 골목들은 저마다 근대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사람들의 숨결과 함께 그 흐름을 이어왔다.

편안한 신발을 신고 골목골목을 걸어서 출퇴근하는 윤순영 청장은 중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중구청 직원 모두의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으로 어떤 일이 일단락되면 전직원들 모두 직접 현장에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는 함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현장에 다녀온 직원들은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느끼며 머릿속에 기억함으로써 언제나 중구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공무원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해야 그들이 매일 만나게 될 구민들도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 여겨, 직원들을 위한 명사초청 특강과 공연, 영화관람 등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구청장 일을 하면서 신앙심도 더 깊어지고 기도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윤 청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어려서부터도 저는 유달리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 혼자 성당을 찾아가서 독일인 신부님께 교리를배웠는데, 집안의 막내인 제가 세례 받은 것을 계기로 그 뒤 가족들도 모두 세례를 받았어요. 아마도 한창 인성이 형성되어 갈 무렵인 학창시절에 성베네딕도수도회의 독일 신부님, 독일 수녀님들의 모습을 보고 자라 그런지,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신앙생활이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 시절의 신앙이 밑거름이 되어서일까. 윤 청장은 힘들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미사에 참례하다 보면 모든 문제들이 스르르 풀린다고 했다. 물론 청장 취임 후로는 평일미사 참례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졌다는 고백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고 꼭 참례해요. 미사참례로 또 한 주간 살아갈 힘과 양식을 얻는다고나 할까요?”라며 예의 활짝 웃는 윤 청장은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 순간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때.”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윤 청장이 많은 부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노인복지분야. 전국에서 중구청에만 있는 ‘노인상담소’ 역시 윤 청장의 생각이었다. 노인복지와 관련하여 윤 청장은 “노인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인들이 슬프면 모두가 힘들고 슬픕니다. 갈수록 수명은 길어지고 정년은 짧아지는 데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낳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여가를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일이 시급한 일이기에 노인복지정책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이러한 노인복지와 관련하여 윤 청장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마일리지 통장을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다. 마일리지 통장은 어르신들을 비롯하여 구민들이 봉사한 시간 만큼 자신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되돌려받을 수 있어 중구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얻고 있으며, 초등학교 고학년들의 자원봉사 신청도 받고 있다. 구청과 주민들이 노력한 결과 중구청은 대구광역시의 자원봉사운영평가 3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고 있다.

‘함께’라는 말과 ‘몰입’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윤 청장은 신앙인이기에 감사할 일, 은혜로운 일이 더 많다고 들려준다. 앉으나 서나 8만여 명의 중구민들을 위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윤순영 중구청장은 골목을 걸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구민들이 좀더 행복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 생각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또 하나의 계획이 번쩍 떠오른다.

요즘 중구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굳센 담장이 허물어지면서 소통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골목에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이어지고 도심의 야경은 아름다워지고 있다. 소홀히 여겨왔던 문화재는 문화재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고, 무심코 그 곁을 지나던 사람들은 표지판 앞에서 한 번 더 소중한 문화재를 눈으로 확인하며, 지키고 가꾸어야 할 유산으로 기억해가고 있다. 그 일들을 윤순영 중구청장이 하나하나 이뤄내고 있다. 오늘도 윤순영 청장은 이 모든 일을 하는 데는 “하느님의 사랑이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 그리고 당부한다. “중구를 맘껏 느끼고 즐겨 보십시오.”라고. * 본문자료사진 - 중구청 홍보계 임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