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성당(주임 : 전세혁 예로니모 신부) 소속 챙기공소를 찾아가기 위해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려 가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가천성당에서 공소미사를 위해 들어가시는 수녀님과 함께 30분 정도를 달리자 마을이 들어왔고 마침내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십자가가 보였다.
챙기공소 가는 길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로 오른쪽은 산, 왼쪽은 강이 흘렀다. 가뭄으로 인해 강바닥이 드러났지만.
챙기공소 또는 먹베이공소
경북 성주군 금수면 무학 2동에 자리한 챙기공소는 한때 ‘서당, 먹방'이란 뜻의 먹베이공소였다. 이곳 먹베이는 병인박해를 피해 피신온 교우들에 의해 신자촌이 형성되어 고(故) 유치선 형제·유 벨라도 형제가 공소 설립에 힘썼고, 정확한 연대는 추측하기 어렵다. 1945년 지리적 위치와 신자수에 의해 지금의 챙기로 공소가 이전되어 ‘챙기공소’로 새롭게 탄생하며 본격적인 신앙생활이 전개되었다.
공소건립 전 김천황금, 성주, 낙산(현, 가실)성당에 소속되어 왔으나 1960년 가천성당 설립 후 가천성당에 소속되어 현재에 이르렀고, 1975년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송만협(요셉) 신부에 의해 현 건물이 지어졌다.
이곳 챙기공소는 직장 때문에, 혹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나가 현재는 20여 명의 신자들이 공소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이 휴일을 맞아 고향을 찾고, 그들이 다시 미사에 나오고 있어 사실상 단순히 미사만을 위해 모였다 헤어지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정을 나누고 주님을 확인하는 신앙의 보금자리이다. 하광호(예로니모, 공소회장) 회장은 “병인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피신온 교우들에 의해 신자촌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챙기공소는 세 분의 성직자를 내셨을 정도로 유서 깊은 신앙의 산실.”이라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신자수가 줄고, 대부분 70대 할머니들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공소를, 고향을 지키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덧붙였다.
 

챙기공소는 매월 첫째 주와 대축일 미사는 본당에서 참례하고, 그밖에는 공소예절을 올리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토요일 오후 7시 30분(동절기) 또는 8시(농번기)에 미사가 봉헌되기도 한다. 하광호 회장은 “전세혁 주임신부님께서 오셔셔 미사를 드리거나 이곳 출신 하성호(사도요한) 신부님과 하창호(가브리엘)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해주신다.”고 말했다.
챙기공소는 공소 외에도 챙기반, 챙기구역으로도 불린다. 전세혁 신부가 가천성당에 사목을 나온 후부터 본당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고, 소속감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공소를 반, 구역으로 정하고 한 달에 한 번, 본당 청소 및 본당관련 일도 맡겨 공소 신자들은 공소활동과 더불어 본당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하광호 회장은 “반별 모임과 함께 제단체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요즘은 우리 성당의 오랜 숙원인 새성전건립을위해 공소민들도 힘을 합치고 있다.”고 전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어르신은 “매주 신부님께서 새 성전건립기금 때문에 다른 성당에 도움을 요청하러 다니시는데 그때마다 우리 회장님도 같이 다니고 있다.”면서 “공소 일뿐 아니라 본당일에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으로 거들었다.
 
 
실로 몇 달만에 공소미사가 봉헌되었다. 새 성전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다보니 공소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했다는 전세혁 주임신부는 “챙기공소는 옛부터 신앙의 불길이 타오르고 지금도 활활 타오르는 곳.”이라며 “공소 신자들의 신앙심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고, 이분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는 공소민뿐만 아니라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새로이 공소 가족이 된 신자들과 바쁜 한 주를 끝내고 고향에서 주일을 보내는 신자들로 다른 어느 날보다 풍성하고 은혜로운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에는 얼마전 완공 된 화장실과 샤워실의 축복식이 이어졌다. 전세혁 주임신부는 “3대리구와 공소 신자들의 도움으로 낙후되었던 화장실에 샤워실까지 새로이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도움을 주신 3대리구와 공소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광호 회장은 “그동안은 공소에 오면 어르신들이 화장실 가기가 힘들었고, 파견나온 신학생 역시 씻고 하는데 불편함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곳에 파견될 신학생뿐만 아니라 피정을 하기 위해 오는 모든 분들이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챙기공소는 신앙의 뿌리를 체험할 수 있고, 자연의 경치 또한 아름다워 피정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주일학교 산간학교·신앙학교, 개인피정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이라고 홍보했다.

챙기공소 대문 입구에는 공소예절·미사 시간이 공지되어 있다. 바로 여름이면 산과 물을 찾아 오는 피서객과 외지인들을 위한 배려이다. 조재익(세례자요한) 신학생은 “길이 좋아지고 자연경치가 좋다 보니 외지인과 휴양객들이 많이 오는 것을 알고 공고를 하게 됐다.”면서 “집을 떠나온 신자들이 주일을 지킬 수 있으면 하는 바람과 챙기공소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챙기공소 곳곳에 붙은 전단지들이 눈길을 끌었다. 하광호 회장은 “학사님이 전단지에 미사 시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기재하여 배포하고 있다.”며 “어느새 학사님은 우리들의 보배가 되었다.”고 말하자 공소민 전체가 이구성동으로 외쳤다. “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신앙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피신온 선조들에 의해 세워진 챙기공소, 선조들이 지켜온 신앙을 이어받아 더욱 더 발전시키고 아끼며 사랑하며 신앙을 나누는 가운데 더욱 더 발전하는 챙기공소가 되길 바란다.

*피정 문의 : 하광호 회장 054) 932-5326, 010-3828-9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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