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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책 한 권
《주님이 쓰시겠답니다》


성주희(실비아)|다사성당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파스카 청년성서모임 탈출기 연수봉사를 하게 되면서였다. 탈출기 연수봉사자 권장 도서였던 이 책은 하느님 말씀의 봉사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다시금 봉사자로서의 참된 모습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주님이 쓰시겠답니다》는 탈출기 성경을 바탕으로, 그 중에서도 모세라는 한 인물을 통해서 전개된다. 책의 저자인 손희송 신부님께서는 모세의 삶을 살펴보며, 오늘날 하느님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지녀야 할 마음과 자세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시며 모세의 삶을 통해 깨닫는 신앙 성장의 여섯 가지 비결을 제시 하신다.

모세는 히브리인의 사내아이는 모두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진 살벌한 상황 속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파라오의 궁전에서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집트인이 자신의 동족인 히브리인을 때리는 것을 보고 동족에 대한 연민으로 이집트인을 죽이고 만다. 이 살인 사건이 널리 퍼져 모세는 이집트에서 멀리 미디안 땅으로 피해가게 된다. 과거의 궁전에서 화려했던 삶과 단절된 채, 그저 자신의 가족만을 보살피는 소시민 생활을 영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초라한 처지에 있는 모세를 하느님께서는 부르신다. 고통의 상황에서 태어났고, 사람을 죽인 인생의 실패를 겪은 모세지만 하느님의 소명을 받는 모습을 통해 첫 번째 비결인 ‘하느님의 계획 속에는 고통과 실패도 포함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소명을 받는 모습에서 두 번째 비결이 제시된다.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라.’는 것이다. 모세는 다섯 번이나 하느님의 소명을 거절한다. 자신이 그런 엄청난 일을 할 만한 자격도, 능력도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시련 중에 있는 자신의 동족을 구하기 위하여 이집트로 돌아간다. 모세는 파라오를 만나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만 파라오는 듣지 않는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열 가지 재앙을 내리시고 이 재앙을 통해 파라오는 이집트 백성들을 내보낸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죽음을 지나가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스라엘 백성들은 파스카 축제를 지낸다. 이 출애굽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다. 여기서 세 번째 ‘하느님의 구원과 해방을 기억하라.’는 비결이 제시된다.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은 파라오의 추격을 받는데 하느님께서는 갈대바다를 갈라주심으로 도와주신다. 그리고 마실 것, 먹을 것이 없을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다 채워 주신다. 가나안 땅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로 인도해 주시진 않았지만, 하느님께서는 광야 속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계속해서 도우시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을 가르치신다. 이것을 통해 네 번째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으라.’는 비결을 제시한다. 광야에서 하느님의 백성이 될 준비를 갖추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는 계약을 맺어 주신다. 구속하고 옭아매기 위해서가 아닌 출애굽 사건을 통해서 얻은 자유와 생명을 하느님 안에서 잘 유지하도록 그들에게 공동체의 규범을 주신 것이다.

이를 통해 ‘하느님의 계명을 기쁘게 받아들여라.’는 다섯 번째 비결이 제시된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 여정을 인도한 모세는 백성들이 못난 짓을 하더라도 하느님께 그들을 이끌어 주시고 보살펴 주시기를 거듭 간청한다.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그분과 그분 백성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한 모세는 인류 구원을 위해서 오신 구원자 중개자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있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작은 모세로 살아라.’는 여섯 번째 비결을 제시하며 끝을 맺는다.

어느 덧 파스카 청년성서모임의 첫 연수인 창세기 연수를 다녀 온 지도 3년이 지났다. 그 연수 안에서 만난 하느님의 사랑이 너무나 감사해서 무작정 봉사를 시작한 지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 기쁘고 감사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에게 주신 소임들에 힘들고 지쳐 하느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고 사람들을 미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도 부족하고 나약한 나를 하느님께서는 당신 도구로 써 주셨다. 이번 여름 나에게 기적 같은 연수봉사를 하느님께서는 또 한 번 허락해 주셨다. 그 연수 안에서 찬양이라는 소임을 받고 준비를 해 가는 시간이 참으로 힘들었다. ‘나는 역시 이런 소임을 해 내기엔 부족한 사람이구나, 왜 이렇게 부족한 나에게 이 소임을 주셨을까? 왜 더 도와주지 않으시고 더 안아주지 않으실까?’하고 못난 생각에만 잠겨 있던 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연수봉사자로 앉아있다고 하면서도 온전히 그분께 응답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연수 준비 기간 막바지가 되어가면서 부족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실 하느님을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연수가 시작되고 3박 4일이라는 일정을 보내면서 60명의 연수생들을 통해서 결국 모든 것을 채워주신 하느님을 깊이 느꼈다. 그리고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연수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모세 역시 하느님의 계획을 미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겠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 했음을 느꼈기에,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고 말씀해 주신 하느님을 믿었기에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신앙 성장의 여섯 가지 비결을 기억하며 그리고 나에게 허락하신 기적 같은 봉사의 시간들을 기억하며 부족하지만, 주님이 쓰시겠다고 불러주시면 작은 모세가 되어 그분 앞에 나아가고 싶다. 힘들어 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불러주심에 감사드리며, 언제나 채워주시고 도와주실 것을 믿으며….


* 성주희 실비아 님은 대구대교구 파스카 청년성서모임 대학성서모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언제나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맛들이고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며 하루하루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