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년 내내 참외 농사일로 바쁜 중에도 열심한 마음으로 신앙을 지켜오고 있는 성주성당 관할 월항공소 신자들. 미사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오르막길을 따라 공소에 들어서고 있고, 미리 도착한 어르신들은 마당의 성모상 앞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성주성당(주임 : 김도율 요셉 신부) 관할 월항공소에는 매월 첫 토요일 오전 11시에 공소미사가 있고 그외 주일에는 공소예절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늦더위가 막바지에 이른 9월 첫토요일에 찾은 월항공소. 한 달에 한번 공소미사가 있는 날에는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서둘러 와서 기다리는 공소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치 어린이와도 같다.
월항공소의 이선호(프란치스코) 7대 공소회장은 “월항에는 22개동이 있는데 그중 13개동은 월항공소에 속하고 그 외는 초전성당 관할에 속한다.”고 설명하며 “50대에서 80대까지 대략 40-50명의 신자들이 주일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들려준다. 공소 뒤쪽으로 깨끗한 건물 한 동이 눈에 띄어 여쭈어보았다. 그러자 “얼마 전 공소에 기쁜 일이 있었다.”고 귀띔해주는 이선호 공소회장은 “그동안 낙후된 공간에서 회합을 해오고 또 만남의 자리를 가져왔는데, 주임신부님의 배려와 교우들의 도움으로 공소에 멋진 생활관을 완공하여 이제는 쾌적한 여건에서 회합과 친교를 위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며 “본당의 주임신부님께서 공소에 깊은 관심을 갖고 또 얼마나 많이 애쓰시는지 참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소의 생활관에는 신학생 복음화 과정의 일환으로 하반기 공소 파견을 나온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김현섭(요셉) 신학생이 거주하면서 월항공소의 교우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농촌이라 전교가 가장 어렵지만 그래도 6명이나 입교하여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다.”고 들려주는 이선호 회장은 “지난 해 대구에서 50-60대 신자 4-5명이 전입해 온 덕분에 공소가 좀더 활기차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했다. 공소에서의 레지오마리애는 처음엔 둘이었으나 현재는 하나로 합하여 ‘천상의 모후’ 쁘레시디움만이 매주 수요일 저녁에 새로 지은 생활관에서 회합을 갖고 있다.
공소에서의 두드러진 행사로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공소 신자들이 모두 모여 윷놀이를 하며 단합대회를 열고 있고, 일 년에 한 차례 성지순례가 있다. 특히 성지순례 때에는 부부가 함께 하기에 짝교우 부부들에게는 전교의 기회도 되고 신앙생활을 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자 이선호 공소회장이 미사시간 20분 전을 알리는 공소의 종을 치러 서둘러 나서기에 마당으로 함께 따라 갔다.
 
마침 공소 마당 성모상 앞에서 전임 이기만(베다리고) 6대 공소회장을 만나 옛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1963년 당시 초전공소(현재는 초전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꾸준히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는 이기만 회장은 “예전에는 이곳 성주지역에 공소가 참 많았었는데 초전성당과 선남성당이 생기면서 공소 수가 많이 줄고 그 대신 본당이 여러 곳 늘었다.”고 회고한다. 특히 이기만 회장은 “교구 공소후원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회장으로 있을 당시의 기억 하나를 들려주었다. “1996년이었지 아마. 공소를 지은 지 오래되어 마룻바닥에 앉아 예절을 할라치면 바닥의 송진이 옷에 묻어 난감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다행히 교구 공소후원회의 지원 덕분에 의자를 들여놓고 책장도 들여놓아 지금의 모습과 같이 되었다.”고 설명하며, 그 일은 두고두고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된다고 덧붙였다.
 
미사 끝에 공소발전을 위해 재무위원장으로 위촉받은 박용백(후제요한) 위원은 “우리 공소 신자분들은 서로 성도 다르고, 동네도 다르지만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이라며 자랑하였다. 미사 때 반주를 맡아 하는 김현섭(요셉) 신학생은 “하반기 파견으로 월항공소에 머무는 동안 신자분들과 함께 마을의 냉담자들을 찾아다니며 전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월항공소는 1964년 월항지역 유월 1,2리 공소와 안포공소를 하나로 통합하여 생겨난 공소로 그 역사가 깊다. 그동안 공소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다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고, 공소에서의 삶을 안고 도시로 떠나간 사람도 많을 터. 하지만 그들 중에는 여전히 공소에 남아 공소를 가꾸고 공소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월항공소는 하느님 사랑 안에서 신앙의 맥을 이어가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의 가슴에는 영적인 고향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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