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서둘러 출근을 하여 컴퓨터를 켜고, 회의를 시작으로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직장인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이다. 그렇게 늘 만나는 사람들,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들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자신을 뒤돌아보고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 그들을 만나러 경북도청을 찾았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직장 안에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는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 회원들을 소개하려 한다.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회장 : 엄기정 프란치스코, 담당 : 이경수 라파엘 신부)의 엄기정 회장을 만나러 도청을 찾은 날은 가을바람이 맑은 오전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명함을 건네받으며 새삼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된 것은 명함에 올록볼록 점자가 추가되어 있어서였고, 장애 관련 일을 했었다는 엄 회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엄기정 회장은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범물성당에서도 사회복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를 주축으로 시·군 신우회를 모두 모아 하나의 연합회로 구성된 경상북도 가톨릭신우회연합회(회장 : 엄기정, 담당 : 이경수 신부)를 발족하여 교구 인준을 받고 정식 교회단체로 거듭났다.
 
이러한 연합회 창립에 대해 엄기정 회장은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경상북도 가톨릭신우회연합회는 기존의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와 각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신우회를 각각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합회 회원은 경상북도 및 23개 시·군청 공무원 760여 명으로, 2009년 2월 14일 발족한 뒤 9월 8일 정식 교구 인준을 받았다.”고 말하며 “현재는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 회장이 경상북도 가톨릭신우회연합회 회장을 겸임하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시·군별 신우회 활성화를 위해 의성, 상주, 청도, 문경에서는 새롭게 신우회를 구성했는가 하면, 창립미사를 계기로 매년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소속 시·군에서 윤번제로 총회 및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화합의 물꼬를 틔웠다. 연합회 창립이 미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엄기정 회장은 “도청과 시·군과의 연결고리 역할과 더불어 신자간의 정보교환 및 친목도모는 물론,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자신의 직장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교회발전에도 도움을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들려주었다.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가 설립된 것은 1983년 3월 12일. 경상북도 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중 가톨릭 신자 대상으로 설립되어 모임을 만들어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전체 회원 수는 대략 110명 정도이다. 무엇보다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의 가장 큰 자랑은 200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 12시부터 30분 동안 복음나누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엄기정 회장은 “사람이 많든 적든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복음나누기를 하며 직장복음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을 뿐더러 개개인의 신앙 역시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임을 ‘3030나누기 모임’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점심시간 1시간을 쪼개어 30분은 복음나누기 5단계까지를, 30분은 식사하며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한 복음나누기를 마치고 함께 구내식당에 둘러 앉아 크게 십자성호를 그으며 식사 전·후 기도를 바치는 모습은 신자가 아닌 직원들에게는 간접선교 역할도 한다고 들려주었다.
김정일(바오로) 회원은 “복음나누기는 의무감도 있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양심이기도 하다.”면서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직장에서는 하기도 어렵고 잘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프란치스코) 총무는 “도청신우회 일과 연합회 일을 함께 해야 하므로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저보다 회장님이 더 바쁘시다.”며 겸손해 했다. 그동안 경북도청 가톨릭신우회는 연합회 운영과 더불어시·군 신우회를 격려하고, 도 단위 피정을 개최하였다. 또한 전국 가톨릭공무원 피정에 참여하면서 행사 주관도 두 차례 맡아 했다. 나아가 전국대회에도 매년 참가하고 있고, 불우사회복지시설 방문과 회원들과의 친목도모를 위해서도 활동해오고 있다. 이 행사들은 앞으로도 연합회와 절충하여 중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특성상 인사이동이 있어도 끊이지 않고 직장에서 복음나누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엄기정 회장은 “나 자신을 열고 소통을 통하여 직장 안에서 숨은 교우를 찾아낼 때, 그 기쁨과 보람이 아주 크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2009년 10월 10일(토) 오전 11시에는 경상북도 가톨릭신우회연합회의 창립미사가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산동 대신학원 소성당에서 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타대오) 주교 주례, 이경수(라파엘) 담당신부 공동집전으로 임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봉헌되었고,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등 정식 활동에 들어갔다.
바쁜 직장생활과 병행하여 드러내놓고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과 양심이 함께 하기에 힘든 순간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믿음이 그들 가슴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고, 말씀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리는 그들이기에 더욱 더 당당하게 직장 안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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