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8시, 아담한 평사공소에 30여 명의 공소 신자들이 모여 있다. 안혜연(아녜스) 공소 회장의 전례에 따라 시작된 공소예절이 거의 끝날 무렵, 진량성당 백명흠(바오로) 주임신부가 방문하였다.
지난 9월 4일 부임한 백명흠 신부는 그동안 본당의 바쁜 일정으로 공소를 방문하지 못한 채 이날 공소신자들과 첫 인사를 나누었다. 백 신부는 본당 청년 피정으로 이날 미사는 봉헌하지 못했지만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 나누었다. 공소예절을 마친 신자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백명흠 주임신부와 평사공소 12대 안혜연 공소회장과 함께 자리하였다.
평사공소에는 매월 첫째 주 본당 사제가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그 외에는 안혜연 회장과 박순이(수산나) 자매가 전례를 맡아 공소예절을 바치고 있다. 백명흠 신부는 “공소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신자들의 신앙심이 매우 깊다,”면서 “사제가 상주하지 않지만 신앙생활을 절대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우리 평사공소에는 얼마 전 선종하신 고(故) 최영수(요한) 대주교님께서 신학생 시절 8년 동안 방학 때마다 오셨으며, 노건우(루카) 신부가 이곳에서 태어나셨다.”면서 “사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신자들이 공소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신앙생활에도 작은 힘이 되는 것 같다.”고 하였다.
 
“교적상 신자 수는 84명이지만 쉬는 교우가 많다.”는 안 회장은 “공소에서 수도자 같은 역할을 해 주시던 말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갑자기 쉬는 교우 명단을 적어 나에게 주셨다. 그것이 내 마음의 숙제가 되어 쉬는 교우 회두를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란다. 본당에서 예비신자 교리 봉사를 하고 있는 안 회장은 작년에 공소에서 직접 예비신자 교리를 실시하여 두 명이 세례를 받았다. 그 중 한 명은 본당에서 레지오 활동까지 할 정도로 열심이다.

평사공소는 진량성당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편이 수월한 신자들은 쉽게 본당에 갈 수 있지만 연령대가 높은 대부분의 신자들은 본당 한 번 가기가 꽤 힘들다. 그러다보니 공소신자들에게 본당은 왠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본당의 소속감’이 가장 필요하다.”는 안 회장은 “예전에는 본당에 크고 작은 행사에 다함께 참여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앞으로 본당 행사에 공소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본당 신자들과의 유대관계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진량성당에는 연령회가 탄탄하게 구성되어 크고 작은 일에 앞장서고 있는데 공소신자 가운데 연령회원은 고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연세 많으신 공소신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령회는 물론 본당의 여러 활동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안 회장은 본당 구역협의회장을 겸하면서 본당과 공소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 안 회장이 사목회의 때마다 공소 사정을 잘 전달하여 이번에 진량성당에서는 평사공소를 하나의 구역으로 정하였으며, 매월 반모임 실시는 물론 모든 활동에 있어 본당과 함께 할 계획이다.
공소 신자들의 가장 큰 바람은 무엇보다 미사를 자주 봉헌하는 것이다. 본당 방문이 쉽지 않은 신자들은 영성체를 자주 모시고, 고해성사를 자주 보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안혜연 회장은 “어느 판공성사 때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본당에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고해성사를 보아 마음이 깨끗해졌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하며 “본당 신부님이 매주 미사를 봉헌하시는 것은 어렵고 원로 사목자가 상주하시면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자주 봉헌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추었다.
그동안 진량성당 새 성전 건립에 힘쓰느라 공소에 조금 소홀했던 부분에 대해 백명흠 주임신부는 “본당 사목만큼 공소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돌아가면서 가정 방문도 하고 매달 모임도 함께 하는 등 공소를 더욱 활성화 시키겠다.”고 다짐하였다.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신앙을 이어온 평사공소는 앞으로 진량성당과 함께 신자들로 북적이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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