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무엇보다도 먼저 거룩한 대림절을 보내면서 주님을 맞이하려는 여러분의 그 거룩한 소망이 주님께는 영광이 되고 여러분께는 삶의 크나큰 유익이 되길 기원합니다.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절을 맞이하여 저는 우리 교구의 한 해 사목방향을 설정하는 사목교서를 발표하면서 교구설정 100주년 준비를 위해 교구민 여러분께서 적극 협력해주실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이미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교구는 교구설정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2차 교구 시노드’와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건립’, 그리고 ‘교구 100년사 편찬’을 계획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 기념사업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다룰 수는 없습니다만, 근간의 경제사정을 감안 할 때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건립 사업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업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주님의 섭리와 은총에 온전히 의탁하는 마음으로 이번 대림절부터 대성당 건립을 위한 모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교구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고자 다짐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교구가 현재의 범어성당 자리에 교구설정 100주년 기념 대성당을 건립하자고 논의를 시작할 때 적지 않은 신부님들께서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고생하시는 본당 교우 여러분들께 경제적 부담을 지워드리는 것 같아서 많은 우려와 걱정들을 하셨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하여 100주년을 상징할 아담한 성당 하나 지어 봉헌하면 되지, 꼭 그렇게 대성당을 건립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한 분들도 상당수 계셨습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한 그런 걱정과 견해들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다른 한 편 주교좌에 걸맞은 대성당 건립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홍보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기념 대성당 건립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다소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만 이 자리를 빌어서 간략하게나마 주교좌 대성당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교회의 수많은 역사전승들은 교회 시초부터 사도들과 신도들이 주님의 날에 한 자리에 모여 주님의 명에 따라 성찬례를 거행하였음을 충실히 전해줌으로써, 사도들이 주재하는 바로 그 성찬례가 교회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초세기 부터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는 주님의 날에 자신이 관할하는 전 지역의 신자들이 참여하는 성찬례를 주재하였던 것입니다. 주교가 주재하는 이 성찬례는 주님 파스카 신비의 거행임과 동시에 사도로부터 전해지는 정통신앙의 표지이고 교회 일치의 표지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주교좌성당은 교구장 주교가 교구민들과 함께 성찬례를 거행하는 기능을 할 때 비로소 그 역할을 제대로 다 한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교구의 주교좌성당인 계산성당은 어떠합니까? 계산성당은 그 수용인원이 600여 명에 불과합니다. 교구 사제 수만 하더라도 현재 400명이 넘었으며, 불과 수 년 사이에 500명이 넘을 것입니다. 이런 교구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계산성당이 대구대교구의 주교좌성당이라는 본래의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슴 아픈 예이긴 합니다만, 지난 번 세 차례나 주교님들의 장례미사를 주교좌 계산성당에서 거행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정이 현재의 주교좌성당의 실정인 것입니다.
또한 주교가 주재하는 모든 성찬례는 아니라 해도, 해마다 교구 사제단과 교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거행하는 성유축성미사와 사제서품식 같은 중요한 주교 주재의 성찬례는 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주교좌성당에 관한 이런 교회 내적인 필요성을 교형자매 여러분들께서 잘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100여 년 전에 세워진 주교좌 계산성당은 대구대교구의 첫 본당임과 동시에 첫 주교좌성당으로서 그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산성당이 주교좌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다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번 교구설정 100주년 기념으로 주교좌 범어대성당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교구 100주년을 맞아 건립하고자 하는 주교좌 대성당은 지난 100년에 대한 감사의 의미뿐 아니라,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100년을 향한 교구발전의 훌륭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의 본당들은 대림절부터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건립을 위한 신립을 이미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구가 교구설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주교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주교좌대성당을 건립하자고 하는 그 간절한 원의를 헤아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개인별 구좌 신청이나 1인 1통장 갖기 등과 같은 여러분 본당에서 실시하는 모금 운동에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적극 참여하여 주실 것을 교형자매 여러분께 호소하는 바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00여 년 전 교구가 설정될 때의 교구사정을 되돌아보십시오. 박해의 칼날이 채 녹슬기도 전인 1911년 대구교구의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받으신 드망즈 안세화 주교님의 그 막막했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그 어렵고 어려운 시절 교구의 기초를 세워야 했던 신앙 선배들의 노고와 고초는 과연 어떠했겠습니까?
그분들이 흘리신 무수한 피와 땀이 있었기에 교구의 초석이 놓여질 수가 있었고, 대구대교구가 이처럼 발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훌륭한 분들의 후예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신앙 선배들의 장한 모범을 따라 교구설정 100주년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우리의 각오와 다짐은 먼 훗날 또 다시 우리 신앙 후예들에게 신앙의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교형자매 여러분께서 중요하고도 어려운 시점에 놓인 우리 교구를 위해 기도해주심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며, 여러분께 주님의 풍성한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2009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대구대교구 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타대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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