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교구 신부의 넋두리이다. 애써 공을 들여 예비신자를 인도하여 세례를 주면, 돌아서서 서울로 이사 간다며 교적을 떼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서울 천주교와 지방 천주교 다 같은 천주교라고 하지만 신자 다 빼앗기고 재정적 어려움 겪으니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난다고 하였다. 그래서 같은 사제라고 하지만 촌 신부의 마음은 자꾸만 가난증에 걸리는데, 도시 신부들의 마음은 자꾸만 비만증에 걸린다고….
요즘 정치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서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를 건설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자는 원대한 비전을 지닌 대승적 결정이 요즘 왜 이렇게도 흔들리고 있는가? 국무총리는 자신도 충청도 출신이라고 항변한다.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충청민심 달랜다고 연일 온갖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언젠가 어느 정치인이 ‘핫바지론’을 펴서 톡톡히 덕을 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전국은 어디로 가고, 균형은 어디로 갔는가?
또한 정부부처가 지방에 내려가는 것이 어찌 정부행정의 비효율이라고 홍보해대는가? 국가의 중장기 계획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중앙부처의 관료들이 지방에 머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관료들과 대기업인들의 사고와 의식이 수도권 중심인데, 이 사고와 의식을 바꾸지 않고서 그분들의 머리에서 어찌 지방이 골고루 발전하는 정책이 나오겠는가?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친(親) 서민정치를 외친다. 정말 친(親) 서민정치를 펴려면 그들 속에 가서 자신들이 서민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갈수록 양극화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면 정치인들 자신은 물론이고 중앙행정부서의 관료들이 지방에 살림을 차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음이 따르지 않는 머리에서만 나오는 정책은 지방을 또 다른 좌절감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신뢰를 잃는 것은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
사제생활을 예로 들어보면 어떨까? 사제가 주로 부유층을 만나고 그들만의 말만 들으면 사제의 사고도 그쪽 사람들의 논리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사제들이 민초 신자들의 속사정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파악하겠는가? 그런 사제가 교회는 가난해야 하고, “나는 가난한 여러분 편에 서있습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요즘 신자들은 옛날처럼 어리석지 않아서 자신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신부들을 용하게 구별하는 것이 다행이긴 하다.
정치인들도 그렇고, 우리 사제들도 그렇다. 편 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서민들과 약자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애환이 무엇인지를 진정 보고 싶거든 그들 가운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짜증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길 바랐는데, 대구가 광역시라고 하지만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지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열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어 이렇게 짜증을 늘어놓고 말았다. 그래도 열통을 많이 식혀서 글로 표현했다. 아마 그 심정은 이 글을 읽는 우리 독자들이 너무나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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