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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청도성당 풍각공소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신앙공동체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예부터 산새가 좋아 절이 많고 미신이 강한 청도군 풍각면에 하느님을 알리기 위해 대구에서 온 김공조 형제의 전교로 지금의 풍각공소가 세워졌다. 김공조 형제는 두 채의 한옥을 구입하여 한 채는 공소 경당으로 또 다른 한 채는 주거용 집으로 꾸며 저녁마다 동네 사람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교리를 가르쳤다. 그 당시 200여 명의 예비신자들이 몰렸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다. 그 후 세례를 받은 신자들 중에서 회장, 총무, 서기를 선출한 김공조 초대회장은 풍각공소를 맡기고 대구로 돌아갔다. 이렇게 시작된 풍각공소는 청도성당(주임 : 함영진 요셉 신부) 소속으로 30여 명의 신자들이 매주일 오전 10시, 김성봉(마가리오) 회장의 주도로 공소예절을 드리며, 5주마다 본당 주임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오전 9시 30분, 5단의 묵주기도를 바치며 공소예절을 준비하는 풍각공소 신자들, 한 마음 한 뜻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는 동안 그들은 하느님 오심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고 있었다. 김성봉 회장은 “매주일 공소예절을 위해 4-6킬로미터의 골짜기에서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지금은 도로가 뚫려 교통편이 좋아졌다지만 그것도 자동차를 소유한 40-50대의 젊은(?) 신자들 이야기이고, 연세 드신 분들은 여전히 힘들게 공소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60여 명의 신자가 풍각공소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 중 절반 정도인 30여 명의 신자들만이 공소예절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본당으로 나가고 있다. 김성봉 회장은 “내년에 육십이 되는 제가 제일 어리면 어리다고 볼 수 있는 우리 공소는 고령화가 심한데 그 이유로는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일할 곳을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젊은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가깝고 길이 좋다 보니 은퇴한 사람들이 들어와 집을 짓고 사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들은 교적을 대구에 둔 신자들로 가끔 공소예절에 참석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풍각공소는 70-80대의 어르신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통해 선교에도 힘쓰고 있다. 물론 연세가 많다보니 직접적으로 뛰어 다닐 수는 없지만 기도로 매일 하느님께 청하고 있다는 김성봉 회장은 “이곳은 8월이면 당재가 행해지는 지역으로 불교와 미신이 심하게 뿌리 내려져 선교가 쉽지 않고, 시골 특유의 본성인 끈끈한 사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어 더욱 다가가기 어렵다.”면서 “한 명의 예비신자를 전교하기 위해 우리는 믿음으로 무장하여 그들에게 다가가야 선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기도하고 시간이 허락하는 내에서 신앙교육에도 열심이다.”라고 설명한다.

부친이 공소 회장이었다는 이유로 18년 전, 풍각공소 회장에 오른 김성봉 회장은 “농사를 짓기 위해 대구를 떠나 이곳으로 막 이사온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회장이 됐다.”면서 “그 당시 회장님께서 돌아가셨고, 여러 가지 일처리를 하다 회장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보니 풍각공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김성봉 회장은 “문서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는지 공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저 역시 전임 회장님께서 87세 고령의 연세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풍각공소의 정확한 역사를 알 수 없다.”며 “다만 풍각공소가 세워진 이유만 알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일에 미사 봉헌이 어렵다고 해서 기도를 드리는 의무마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공소에 모여서 공소예절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공소에서 신자가 주일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기 위하여 기도를 드리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예외없이 요구되는 본분이다. 공소에 모여 함께 공소예절을 바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는 미사 참례의 의무를 대신하는 것.’이라는 공소예절의 의미처럼 공소의 노령화로 인해 모든 활동이 쉽지 않지만 기도로 늘 함께 하는 풍각공소 신자들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신앙공동체였고, 선조들이 지켜온 신앙을 이어가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좋은 신앙공동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