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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연 선생의 희망 편지
거짓말 하는 아이, 야단보다 환경의 변화를


조정연(안젤라)|대구사이버대학교 교수, 범물성당

지욱이(가명)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부모와 함께 상담을 하러 왔다.
“교수님, 우리 아이는 거짓말인 줄 뻔히 아는데도 계속 거짓말을 해요.”
“거짓말인 줄 어떻게 아는데요?”
“며칠 전 집에 들어오지 않고 다음날 들어왔기에 어디서 잤느냐고 물으니 친구 집에서 공부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아침이더래요. 예전에도 학원 빼먹고 친구들하고 놀고 와서는 학원 갔다 왔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담배까지 피나 봐요. 가끔 옷에서 냄새가 나는 데도 안 피웠다고 시치미를 떼니, 정말 속상하고 심각해서 오늘 이렇게 상담을 하러 왔어요.”

 

상담하러 온 지욱이의 경우를 천천히 한번 살펴보자.
“며칠 전 집에 들어오지 않고 다음날 들어와서 어디서 잤느냐고 물으니 친구 집에서 공부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아침이더래요.”에서처럼 지욱이는 친구 집에서 잤다고 하고 엄마는 지욱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엄마에게 물었다.
“며칠 전 지욱이가 친구 집에서 자지 않았다는 것이 거짓말인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엄마가 대답했다. “친구 집에서 잤다면 연락을 했겠죠? 그런데 연락도 없었고, 또 공부하면서 잠들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요.”
엄마는 아마 집에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나쁜 일을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으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욱이가 친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무얼 했는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학원 빼먹고 친구들하고 놀고 왔으면서도 학원 갔다 왔다 말하고….”에서 엄마는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지욱이가 학원을 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지욱이가 학원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욱이에게 학원에 가지 않고 어딜 갔느냐고 물어 보았다. 지욱이는 친구 생일이라 학원 근처 가요방에 모여 간단한 파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요방 주인이 생일선물로 노래 부를 시간을 두 배로 서비스 해주는 바람에 더 놀고 나오느라 학원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요즘은 담배까지 피나 봐요. 가끔 옷에서 냄새가 나는 데도 안 피웠다고 시치미를 떼고….”에서는 지욱이와 함께 다니는 친구들 중 담배 피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때문에 한번 호기심에 피워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은 피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엄마에게 친구들이 담배 폈다고 말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게임방에서 담배 핀 사람 옆에 있어 그랬다고도 말 못하는 형편인 것이다.

학원 선생님의 전화로 지욱이의 행동이 거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엄마는 그 이후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도 짐작으로 미루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가정(假定)되는 생각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상담은 의외로 쉽게 끝났다.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믿음과 신뢰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이끌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진실 되지 않은 과장된 내용을 말하기도 하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부모의 야단이 두려워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타나는 행동은 아이를 향한 질책과 벌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아이는 이미 자신이 저질러 버린 행동에 대한 판단을 아동 스스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솔직히 말하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부모에게 말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에 이미 자신이 한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았을 때 부모가 보인 반응 때문이다. 그때 경험한 반응(부모의 야단 등)이 아이에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혐오자극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로 또다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가족환경으로는 ① 부모가 아이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고 무관심한 경우 ② 아이를 귀찮아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③ 가족이 화합하지 못하거나 행복하지 못한 가정 ④ 부모의 학습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 ⑤ 부모의 완벽한 성격이나 질병 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어린시기의 거짓말은 성장하면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무단가출, 무단결석이나 공격행동 등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도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야단치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말을 듣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명확한 증거가 없을 때에는 아이의 말을 믿어주는 것이 좋다. 물론 거짓이라는 증거가 확실할 때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이가 인정하도록 한 후,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어야 한다. 만약 증거가 확실하지도 않은데 심증(心證)만으로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벌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아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는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야단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그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도록 한다. 그리고 평소에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솔직하게 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애쓰도록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낌없이 해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 즉 ‘엄마·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믿는다.’는 느낌을 아이가 평상시에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