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저희 대구가톨릭대학교 의료원(의료원장 : 김준우 마리오 신부)이 개원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개원 30주년을 맞으면서 의료원장 신부님을 비롯해 교직원 모두는 지금까지 의료원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선배 신부님, 의료진 모두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우리 병원이 더 좋은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의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 한해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원목실은 30년 전 의료원을 개원하고 한 달 뒤인 강청란(아눈시앗다) 수녀님께서 원목수녀님으로 오시고부터 원목실의 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수녀님께서 원목실을 운영하셨지만, 1996년 최휘인 바오로 신부님께서 기획조정실장과 원목실장을 겸임하시면서 원목실에 신부가 상주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 원목실에 제가 부임하여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는 동안 많은 선배 신부님, 수녀님들께서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원목실에서는 어떤 일들을 할까요? 지난 2월 11일 대구대교구 제1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마리아 축일인 이 날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세계 병자의 날’로 제정된 날입니다. 따라서 저희 의료원에서는 이 날을 기점으로 해서 원내에서는 병원에 입원해 계신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병실을 방문하여 일일이 환우분들을 만나고 또 자그마한 선물(티슈)도 드리곤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병실에는 천주교 신자분들만 계신 것이 아니라, 모든 종파의 신자분들이 함께 있기에 이 날 행사를 하면서도 참 많은 에피소드를 겪게 되었습니다. 먼저 병실에 들어가면서 “이곳 병원에서 근무하는 원목신부입니다.”라고 제 소개를 하곤 했지만, 병상에 계신 분들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천주교 신자분들은 “아이구, 신부님께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어디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반갑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저는 교회에 나가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라고 하시는 분, 또 “저는 물건 필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시는 분, 티슈를 받자마자 지갑을 꺼내시면서 “얼마 내야 합니까?”라고 말씀하시는 분 등 마치 물건을 팔러 나온 사람, 혹은 선교하러 나온 사람의 모습으로 비치는 듯 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역시 병실을 방문하면서 이렇게 받아들이는 환우분들의 모습에 저 역시도 당황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환우분들이 원목실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또 원목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곳인지 모르고 계시구나.’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고요.
물론 병원에 계시는 환우분들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씩 원외에 계신 신자분들을 만나 제 소개를 할 때면 “병원의 원목담당 신부입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어떤 신자분들은 “병원에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되는 것이지, 신부님이 왜 있어야 합니까?”라고 질문을 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 “병실에 계신 모든 환우분들을 사목합니까?”라고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아픈 환우분들과 어떻게 지냅니까?”라고 되묻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아픈 환우분들과 같이 계시면 건강관리를 잘 해야 되는데….”라며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사실 저희 병원의 원목실은 의료원 내의 지원 부서라고 생각하신다면 이해가 좀더 쉬울 것도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원목실에서는 환우분들과 보호자의 영적요구와 필요에 충분히 응답하고 그 시간을 할애합니다. 원목자는 환우분들과 보호자들의 심리적 욕구와 필요를 최대한의 사랑으로 들어주고, 위로해주며 지지해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합니다. 한 개인의 문제와 필요에 귀 기울여주고 배려해 주며, 그들이 겪는 고통과 질병의 영성적 의미를 찾도록 도와줌으로써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어 의료원의 이념구현의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의료원에는 환우분들만 계시는 곳은 아닙니다. 환우분들을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을 비롯한 1,700명 가까운 교직원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원목실에서는 교직원 모든 분들이 직장생활을 통해서 개개인의 삶을 실현시키며,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의료원의 이념구현을 실현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의료원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들이 또 계십니다. 그분들은 다름 아닌 자원봉사자들이십니다. 이분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오후 병원에 나오셔서 오전, 오후 안내 봉사며, 호스피스 봉사, 기도 봉사를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활동하시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3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 분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목실의 역할이란 좁게는 병원에 계시는 환우분들을 위하여, 넓게는 환우분들뿐만 아니라 병원에 근무하시는 교직원들 그리고 병원에 도움을 주시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까지 손길이 가는 곳입니다.<본문자료사진 - 홍보팀 제공>
* 김영호(토마스아퀴나스) 신부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사제서품을 받고 프랑스 리옹에서 유학하였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장으로 사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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