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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흥해성당 청하공소
우리는 모두 주인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청하면 덕성리에 위치한 흥해성당(주임 : 하상범 바르나바 신부) 청하공소 취재는 해가 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미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선 지 1시간 40여 분, 덕성리 읍내에서 청하공소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니 언덕 위에 위치한 청하공소가 보인다.
아침 8시, 본당의 주일 미사 시간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공소는 벌써 많은 신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동안 흥해성당 사제가 매주 공소를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하였지만 지난 해 9월부터 원로사목자 조정헌(파트리치오) 신부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현재 청하공소는 흥해성당 6구역으로 공소회장이 아닌 황윤금(쏠리나) 구역장이 이끌어가고 있다. 공소의 역사에 대해 황윤금 구역장은 “공소가 생긴 지는 꽤 오래되었다고 들었는데 자료가 거의 없다."면서 “저를 포함한 신자들 대부분이 외지에서 들어와 공소의 역사에 대해 아는 이가 별로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다행히 여기에서 태어나 40여 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김정미(카타리나) 씨가 있어 옛 공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어른들께서 말씀하시길 1959년 죽도성당에서 이정희(안나) 할머니가 사비로 공소를 지으시고 초대 공소 회장으로 활동하셨다고 해요. 당시에는 가톨릭농민회가 조직되어 신자가 꽤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점차 신자수가 줄어들면서 공소의 기능이 약해졌고, 공소회장 역할도 흐지부지해졌죠. 공소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안나 할머니(89세)께서 가장 많이 알고 계시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요즘은 공소에 자주 나오지 못하고 계세요.”

옛 공소를 허물고 현재 위치에 새롭게 터를 잡은 청하공소는 작은 컨테이너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그러나 겨울에는 한없이 춥고, 여름에는 초가 휘어질 정도로 푹푹 찌는 컨테이너 생활은 그리 쉽지 않았다. 황윤금 구역장은 “컨테이너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고, 신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공소를 새로 짓기로 결정했어요. 그러나 그 과정이 절대 만만치 않았지요.”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금 마련이었다. 이두남(글라라) 씨는 “특히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께 손 벌릴 때면 무척 죄송했어요.”라고 하였다. 그렇게 모두의 마음을 담은 공소를 짓기 위해 신자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으며, 공소 신자인 세실리아 씨는 공소 건립을 위해 적금을 부어 2천 만 원을 선뜻 내어놓기도 했다. 그리하여 2007년 11월 3일(토) 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타대오) 주교 주례로 청하공소는 축복식을 하였다.

흥해성당 6구역 1반 청하(61반), 2반 월포(62반) 3반 송라(63반)를 통합하고 있는 청하공소는 40대에서 80대까지 50여 명의 신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황윤금 구역장은 “본당의 제단체 회의에 항상 참석하며, 세 개의 레지오 팀과 소공동체 팀이 활동하고 있어요. 소공동체 모임은 분기별로 6구역 1,2,3반이 공소에서 함께 하고 있답니다.”면서 “여느 작은 본당 못지않게 다들 열심.”이라고 들려주었다.

전말분(스텔라) 전임구역장은 “이곳 신자들은 기도를 참 많이 합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지요.”라고 했으며, 황윤금 구역장은 “신자들 간의 사랑이 참 많아요. 본당에서 장기자랑을 하면 우리가 거의 휩쓸다시피 한답니다.”면서 웃는다.

이처럼 서로 간의 정이 돈독한 청하공소 신자들은 미사나 신앙 모임 외에도 꾸준히 친교를 이어가고 있다. 전말분 전임구역장은 “우리는 서로 음식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30-40명이 한 집에 모여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누기도 하고, 주일이면 미사 봉헌 후 다함께 등산을 가기도 합니다.”면서 “따로 친목모임을 만들 정도로 사이가 너무 좋습니다.”라고 하였다.

서로 간의 친교와 더불어 청하공소 신자들은 예비자 모집에도 소홀함이 없다. 황윤금 구역장은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을 입교시켜 공소 신자가 예비신자 교육을 하고 있는데, 평균 두세 명씩 꾸준히 세례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동안 신학생이 거주하던 청하공소에 원로사목자 조정헌 신부가 머물며 매일 평일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신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청하가 제일 좋은 곳 같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라는 조정헌 신부는 “나는 계속 사목을 할 수 있어 좋고, 신자들은 목자가 생겨 좋으니 서로서로 좋아.”라며 “신자들끼리 서로서로 잘 지내며 열심히 생활하는 청하공소가 늦어도 5년 안에 본당으로 승격되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했다.



“함께하기에 우리는 모두 주인.”이라는 전말분 전임구역장은 이렇게 말한다. “공소신자들의 바람은 단 한 가지, 본당으로 승격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겠지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청하공소가 더욱 활성화되어 본당으로 승격되는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