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부활 대축일을 앞둔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새벽, 동이 트기도 전 공소예절 참례를 위해 집을 나선 지 2시간여 만에 청도의 대천 시외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대구에서 오는 뚜벅이 기자를 위해 마중 나온 김병돈(요한 비안네) 총무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함께 목적지인 청도성당 소속 대천공소로 향했다.
오전 7시 30분, 김병돈 총무의 해설로 공소예절이 시작되고,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맞추어 복음이 낭독되었다. 본당에서처럼 성대한 입당 행렬은 없었지만 공소민들은 가까이 다가온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마을 앞에 큰 내가 흘러 대천(大川)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대천공소는 본래 청도군 아위면 지역에 있었으나 마을 앞 큰 내의 물이 범람하여 집에 쌓아둔 양곡이 물이 잠기는 등 자주 침수피해를 입게 되자, 양곡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의하여 지대가 높은 운문면 대천리로 옮겨왔다.
구교우 집안으로 아버지에 이어 1975년부터 현재까지 공소회장으로 공소를 지키고 있는 정우상(요한 금구) 회장은 “이곳에 복음의 씨가 떨어진 것은 옛날 박해시대 말엽에 달성군에서 가난하게 살던 하 프란치스코 가정이 이사와 여기서 조금 떨어진 구룡산의 구룡공소에 다니면서 교리를 배워 천주교에 입교함으로써 시작되었고, 그 딸인 세실리아가 구룡공소의 박참봉의 손자인 박정준 베드로와 혼인하여 구룡에서 이곳 창마(대천공소의 옛지명)로 이사오면서 본격적인 신앙의 싹이 텄다.”면서 “그때부터 점점 신자수가 늘어나면서 매주 50리 떨어진 구룡공소에 가지 않게 되었고, 대신 하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주일 첨례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무렵 저희 조모님과 그 아들이 함께 천주교에 입교하며 지금의 신앙을 물러주셨다.”고 덧붙였다.
대천공소는 영천성당, 하양성당을 거쳐 1961년 설립된 청도성당의 관할 공소가 되었다. 정우상 회장은 “1990년 운문댐 공사로 이 지방이 수몰되어 이웃 마을인 운문면 방지리로 공소를 이전하게 되면서 3년 동안 우리 집에서 공소예절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년 후, 현재의 공소 땅을 교구에서 구입해주고 공소 신자들의 봉헌과 주위 신자들의 도움으로 현재의 조립식 공소를 마련하게 되었다. 2000년 당시 15세대 32명의 신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28명 정도가 공소예절에 참례하고 있다.
 
어르신들 사이로 앳된 두 명의 젊은이를 발견했다. 중학교 1학년 김소영(요셉피나) 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 김재영(세꾼도) 학생으로, 매주 부모님과 함께 공소예절에 참여하고 있다. 김재영 학생은 “학교에서 기숙생활을 하고 있어 한 달에 두 번 집에 오는데 그때마다 부모님과 함께 공소예절에 참례한다.”며 “본당에서처럼 다양한 활동은 할 수 없지만 공소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어르신들의 깊은 신앙심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소영 학생은 “7시 30분 공소예절에 오기 위해서는 학교에 갈 때처럼 일어나야 하지만 가끔 일어나기 싫을 때가 있다.”며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공소예절을 드리고 나면 하루가 뿌듯하고 활기차다.”고 전했다.
매월 첫째 주, 1년에 아홉 번, 본당에서 다른 공소민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대천공소는 매주 수요일마다 공소 자체 내에서 기도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생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공소민 전체가 함께 할 수 없지만 12명이 넘는 공소민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김병돈 총무는 “묵주기도, 십자가의 길 등 공소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4년 전 학사님이 신학생 복음화 과정으로 공소에 오시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정방문을 하는 등 공소민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계시고, 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계획하여 때때로 본당에서처럼 특별한 활동도 경험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일 이곳 공소에 파견나온 이효인(요셉) 신학생은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 대천공소 신자들은 공기와 물처럼 깨끗하고 해맑다.”면서 “이곳에 머무르셨던 선배 학사님들의 뒤를 이어 저 또한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정방문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곳에 머무는 동안 신자분들께 많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170여 년 전 신앙의 싹이 트인 이래,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온 대천공소 신자들은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따라 살며, 선조가 물려 준 신앙을 후손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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