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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4대강사업에 대하여
4대강사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전헌호(실베스텔)|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교구 환경위원회위원장

4대강사업의 정체를 좀 더 생생하게 알기 위해 00보 건설 현장으로 가보았다. 눈에 들어온 첫 광경은 그야말로 ‘경악’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관찰자인 필자는 마치 기습공격이라도 당한 것 같았고,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완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그곳의 총책임자가 남도 아닌 우리 교우다. 00본당 총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반사람들이 올 경우에는 내다보지도 않을 분이지만 신부님들의 방문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정중히 맞이하여, 사업에 대해 영상자료를 동원해가면서 나름대로 성심을 다한 설명을 했다.

사업은 방문 당시 이미 13%정도 진척되었는데 불과 2주 정도 지난 최근에는 20%를 넘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진실과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심한 갈등을 빚어 정신적·시간적·물질적 소모가 심했지만 결국 완공되고야 말았지 않은가! 4대강사업도 찬반양론의 갈등이 심해보았자 서로 소모와 스트레스만 커질 뿐 사업이 완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되어가는 대로 두고 볼 일이지 왈가왈부하면서 소모전을 펼 필요가 있겠는가? 여러 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20여 년 전 새만금사업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한 사람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였고, 대통령이 된 그는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한 번 시작된 사업은 관성의 힘을 지녀서 그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통령이었을 때에도 진행되어 마침내 완성되었다.

4대강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로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임기 내에 보를 완성하려는 생각으로 그 어떤 사업보다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일은 국가백년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니 시행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계획하자. 우선 한 곳을 먼저 해보고 순기능과 역기능을 파악한 후 순기능이 훨씬 더 많도록 수정하여 진행하든지, 역기능이 너무 크면 하지 말든지 하자.”는 말을 한 사람들이 다수 있고 필자도 이런 의견을 지지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늦은 감을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하려던 경부운하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받아들여져 포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사업구상에 대한 검토의 기간을 가질 여가도 없이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해당지자체 단체장들과 주민들은 그 지역에 당장 떨어지는 돈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로 반대는 커녕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생명의 젖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강들은 식수, 생활용수, 농업용수 그리고 공업용수의 원천이다. 강물이 부족해지거나 수질이 현저하게 나빠져서 더 이상 식수원이 될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면 감당하기 힘든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그래서 수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수자원확보를 위해 언제나 노심초사해야 하고 오염원 차단을 위해 무엇인가 하기는 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사업은 짧은 호흡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그것도 겨우 2년에 지나지 않는)이라는 당근을 수확할지 모르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눈덩이처럼 커지는 나라 빚을 비롯한 문제가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이 사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자세히 고찰하기에는 허락된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필자는 정치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업을 이러한 속도로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자연인 이명박에게 준 사람은 우리 모두이다. 다수의 국민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그가 하는 일들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있어도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인내심을 가져야 나라가 안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못지않은 애국심을 가진 것은 틀림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가 준 권한으로 하는 일들을 좀 더 신중하게, 여론을 좀 더 존중하면서 진행해 주면 무척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있음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지만, 어쩌랴, 임기가 있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않은 걸!

4대강사업에 대해 심각한 대립을 하기에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여유가 없다. 대립이 심각해지면 4대강사업의 역기능이 가져올 부작용보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한국가톨릭교회의 최고 목자인 주교님들이 성명서를 발표했고, 여러 뜻있는 사제들과 신자들이 전국 각 현장에서 미사와 함께 의사표명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이제 이 정도로 우리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4대강사업은 우리가 해야 하는 다른 많은 일들을 제쳐 두고 매달려야만 할 정도로 가톨릭교회의 핵심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시간, 에너지, 건강 등은 무한하지 않기에 합리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중용과 조화는 우리가 지켜가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고, 용서와 관용도 마찬가지다.

다음에는 이렇게 큰 사업을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무모한 속도로 하기를 감히 감행하지 못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자.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많아지도록 교우들과 국민들을 끊임없이 교육하자.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우리 먼저 성숙되고 합리적인 삶, 환경 친화적인 삶을 철저하게 공부하고 확실하게 살아가자. 비록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더라도 이것이 확실한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이다.(본문사진제공 - 환경단체 곰네들 누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