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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을 하며 - 대구가톨릭대학교 의료원 ③
아름다운 동행


김영호(토마스아퀴나스)|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장

언젠가 군종신부로 사목하고 있는 동기 신부가 대구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기에 다른 몇 명의 동기 신부님들과 함께 만남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어서 옛날 신학교 시절의 이야기며 또 그동안 어떻게들 지냈는지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따르릉~~”거리며 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낯익은 병원 번호로, 바로 응급실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신부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지금 응급실에 오신 환자분이 계신데 곧 임종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보호자 분께서 급하게 환자의 병자성사를 원하십니다.”라며 응급실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함께 자리에 한 동기 신부님들에게 “지금 환자분이 위독하다는데 잠시 병원에 갔다 와야 해. 조금만 기다려줘.”라는 말을 남기고는 바로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급하게 길을 건너는데 다행히 횡단보도에 택시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면서 기사님께 “가톨릭병원 응급실로 가주세요.”라고 말을 하자, 기사님께서도 “급하게 길을 건너 오시던데 응급실에 급한 일이 있습니까?”라며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네, 지금 곧 임종을 앞두고 계시는 분이 있어서 급하게 가는 길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자마자 기사님은 즉시 비상등을 켜고는 급하게 응급실을 향해 차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20분쯤 걸려 도착했을 텐데 그날은 10분 만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저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헐레벌떡 병자성사 가방을 들고 바로 응급실로 가서 마지막 임종을 앞두고 계시는 그 환자분께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병자성사를 받으신 그 환자분은 병자성사를 받고 몇 시간이 지나서 편안하게 주님의 품으로 떠나셨습니다.

병원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많은 의료인들이 분주하게 진료하는 곳입니다. 의료진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환자들의 질병에 궁금해 하는 보호자들을 위해 환자가 겪고 있는 병의 과정에 대한 설명과 그 병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그렇지만 환자의 목숨에 관한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언제나 병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환자나 가족들의 마음까지 온전하게 다 치료해 주지는 못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병원은 사람들의 목숨에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아닌, 생명의 도움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이 계신 곳 또한 이 곳 병원입니다. 이분들은 의료진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통해 어떠한 대가나 보수를 바라는 분들도 아닙니다. 이분들은 병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들 곁에서, 가족 못지않게 환자를 돌보고 환자들과 가족과 함께 그 아픔을 나누며, 환자와의 마지막 벗으로서의 역할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호출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그들에게 달려와 그들 곁에 머무시는 분들입니다. 바로 호스피스 봉사자들이지요.

그들이 만약 보수를 바라고 또 자기가 한 일에 대가만을 바란다면,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분들의 벗으로서 동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죽음이라는 문 앞에 있는 환우들에게는 또 하나의 상처를 주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어둡고 캄캄한 밤길을 혼자서 가려 한다면, 두렵고 겁이 나고 한 발자국도 못 움직입니다. 그러나 나 혼자가 아니라 나의 곁에 항상 누군가가 있음을 알고 내가 가는 길에 벗이 되어주는 이가 있음을 알게 될 때, 두려움을 떨치고 조금씩 발자국을 띠게 될 것입니다.

그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바로 호스피스 봉사자이고, 그 역할을 그들이 기꺼이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에는 50여 명의 호스피스 봉사자가 활동을 하고 있고 병의 마지막 단계로 들어선 호스피스 대상자는 30여 분 가까이 됩니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환자분들에게 벗이 되어주고, 그들 곁에서 마지막 동행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 활동하고 계신 호스피스 봉사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도구로서, 그분의 일에 동참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그동안 3회에 걸쳐 대구가톨릭대학교 의료원의 원목활동에 관한 글을 써주신 김영호(토마스아퀴나스) 원목실장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다음 호에서는 또 다른 병원의 원목활동 사례를 싣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