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각 지역에서 모인 빈첸시오회 청년들과 신부님 일행은 4월 19-24일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캄보디아 청년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에 전해줄 의약품과 과자, 사탕, 문구류 등을 가득 싣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하여 오후 3시쯤 공항에 도착, 전국 각지에서 모인 빈첸시오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 30분 비행기는 캄보디아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고 5시간의 비행 끝에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공항에는 캄보디아 빈첸시오 이사회 대표인 ‘로즈’ 라는 분이 저희를 마중 나오셨는데, 자그마한 체격에 까무잡잡한 피부, 항상 웃는 모습의 그분은 홍콩이 고향이지만 캄보디아 선교를 위해서 이곳에 오셨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공항에서 또 3시간여 버스를 타고 캄퐁참으로 이동했습니다.
둘째 날 38℃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각 교구에서 준비해온 구호품들을 마을마다 골고루 전달하여 주기 위해서 다시 분류작업을 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즐거운 마음으로 분류한 구호품에 사랑과 열정을 담아 로즈의 안내로 첫 번째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캄퐁참에서 30분을 버스로 이동한 뒤 5분여를 더 트럭을 타고 도착한 첫 번째 마을은 생각보다도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준비해온 구호품과 집을 지을 수 있는 재료를 트럭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서로를 낯설게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로즈의 안내로 마을 대표인 21세의 후잇을 만나 인사를 하고, 저희가 이곳에 오게 된 목적을 설명하였습니다. 다행히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남자 몇몇은 집을 짓기 위해 이동을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3개 조로 나뉘어 마을 전체에 여러 구호품들을 전달하였습니다.
저희 조는 후잇과 이동을 하였는데 안내에 따라 각 가정에 아이들이 있고 없음, 가족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구호품을 배분하여 주었고 행여나 작은 돼지 한 마리라도 키우거나 닭들을 키우는 집은 그냥 지나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마을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더 달라 하거나 더 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이 작은 것 하나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명 깊었습니다. 그렇게 약 80가정을 일일이 다 방문하여 전달을 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5시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집 짓는 팀들도 목표치까지 도달하였고, 잠시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잠시 쉬는 시간에 후잇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건네었더니 후잇이 말하기를 “저는 가난하지 않아요,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 하면서 ‘아~ 이래서 이렇게 어린 친구가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후잇은 저를 몇 번이나 더 놀라게 하였고, 그때마다 저는 ‘사랑을 전해주고자 했던 마음이 교만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더 큰 사랑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성당에 모여 기도와 평가회, 하루 소감 발표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기도 중에 저에게 핵폭탄과 같은 사랑을 느끼게 해준 후잇과 마을 분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셋째 날 아침기도를 마치고 캄보디아 현지 성당에서 준비해주신 라면과 빵을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우연히 방문하신 캄보디아 주교님도 뵐 수 있었고, 화창한 날씨만큼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 되었습니다. 셋째 날 봉사활동일과는 무료급식봉사와 두 곳의 마을에서 총 두 채의 집을 수리하는데 한 채는 새로 짓고, 다른 한 채는 천막을 쳐주는 것이었습니다. 자매님들은 한국에서 준비해온 카레와 현지에서 고기, 당근, 감자 등 신선한 재료로 8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오토바이를 불러 시장으로 가시는 자매님들을 배웅하고, 저희는 마을마다 전달해줄 구호품을 확인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두 번째 봉사활동지역은 성당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걸리는 쓰레기매립장에 거주하는 빈민촌 사람들이었습니다. 6-7가구가 모여서 사는 이곳 사람들은 나무기둥을 세워 위와 옆으로 천이나 천막, 대나무 잎 엮은 것으로 집을 지어 살고 있고, 그곳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사도 뒤편 강에서 남자들이 잡아오는 물고기와 쌀을 조금 섞어 어죽을 끓여 해결한다고 합니다. 남자 일행 중 5명이 그쪽에 남아 집짓는 것을 돕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은 약 30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뛰쳐나와 저희를 반겼습니다. 저희는 가지고 온 구호품을 들고 마을 안으로 향했습니다. 로즈의 안내에 따라 집집마다 구호품을 전달하고 본격적으로 집을 수리하였습니다. 한 가구는 빠른 치료를 하지 못해 오른쪽 다리가 썩어 들어가며 각종 염증을 일으켜 오른쪽이 마비가 된 아주머니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아주머니를 들어 집 앞 평상에 뉘어드리고 오래된 지붕과 벽을 수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집은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오래된 집으로, 기존에 대나무로 엮여있는 지붕과 벽면을 모두 제거하고 저희가 준비해간 새로운 대나무 잎으로 모두 교체하였습니다. 지붕이 하나하나 뜯겨지자 뜨거운 햇볕이 너무 따갑게 비추었습니다. 평균기온 35℃, 최고기온 38-40℃ 를 넘나드는 캄보디아에서 우리나라 초가집과 비슷한 캄보디아의 나무집은 그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보금자리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오전에 집수리를 다 끝내지 못했던 마을에 가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자매님들과 몇몇 형제님들은 2차 구호품 전달과 의약품 등을 전달해주었고, 아이들에게 자매님들이 예쁜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 가운데 어느덧 하루 일과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저희 안에 신앙의 집도 튼튼해지고 있었습니다.
넷째날 캄퐁참에서의 마지막 해가 떴습니다. 아침 7시, 성당에 모여 아침미사를 드리고 식사를 간단하게 마친 다음 집짓기 마무리를 위해 나섰습니다. 자매님들은 가스가 없어 땔감과 숯으로 물을 끓여 카레를 만들고 밥을 지어야 하는데도 힘든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급식준비를 하셨습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첫 만남 때의 어색함은 싹 가시고 다들 너무나 반갑게 웃으며 반겨주셨습니다. 새로 짓는 집이 누구를 위한 집인지 궁금하여 후잇에게 물으니 암에 걸린 할머니를 위한 집이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라고 해서 굉장히 연세가 많은 분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사십을 조금 넘기신 분으로, 형제, 자매, 가족도 없는 할머니는 암에 걸려 1-2년을 못버틸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는데 벌써 7년 넘게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항상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욕심을 내기보다 서로 양보하고 나눌 줄 알며, 아픈 환자를 위해 새로운 집을 양보하고 또 혼자 있는 환자를 위해 먹을 것마저 나누며 돌보는 모습에 예수님을 만난 듯 했습니다.
그리고 또 로즈가 후잇에게 “영어도 잘하고 똑똑하니 빈첸시오회 직원으로 월급도 받으면서 같이 일하지 않겠어?”라고 물으니, 후잇은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냥 이곳에 남아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마을을 위해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해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정말 이 친구의 삶을 통해 저는 저의 삶을 다시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낮12시 무렵 성당에 모여 캄보디아 신자 분들이 준비해주신 귀한 점심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캄보디아를 위해서 한국 빈첸시오 이사회에서 준비한 후원금을 전달하고, 남은 구호품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잘 쓰이기를 바라며 저희는 3박 4일 동안 함께했던 로즈와도 이별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희는 버스에 올라 4-5시간 정도 걸려 시엡립으로 이동하여 8시쯤 시엡립에 도착, 모처럼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섯째 날 “캄보디아에 왔는데 봉사활동도 하고, 현지 문화를 보고 느끼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는 한국 빈첸시오이사회 김봉조(요한) 후원회장님의 말씀에 따라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향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앙코르와트에 대한 설명을 현지 가이드로부터 들은 일행은 타프롬사원, 똘래삼호수로 이동하였는데, 똘래삼호수 곳곳에는 많은 수상가옥들과 구걸을 하기 위해 목에 뱀을 걸고 “원 달러!”를 외치며 따라오는 사람들과 또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아기를 안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화를 내는 등 캄퐁참에서의 순수했던 캄보디아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의 사람들….
“다시 캄보디아를 오게 되거나 아니면 주변에 아는 분들이 캄보디아를 간다고 하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 대신 펜과 공책을 하나씩 줄 수 있도록 알려주신다면 이곳 아이들 나아가 캄보디아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목청껏 강조하던 가이드의 말이 새삼 아프게 기억납니다. 그렇게 캄보디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씨엡립공항에서의 출국수속 후 일행은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 김봉조(요한) 회장님, 정해정(요셉) 회장님, 배상희(마르첼리노) 주임신부님과 전재현(베네딕토) 신부님, 김영우(그리산도) 회장님, 로즈 자매님 그리고 5박 6일 동안 함께한 사랑하는 빈첸시오회원들, 또 함께 하지는 못하였지만 각종 구호품과 기도 중에 항상 함께해주신 모든 한국 빈첸시오 식구들께도 깊이 감사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신 사랑하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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