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드러내시기에 하느님의 원성사(으뜸성사)이시며, 그분께서는 교회를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시고 활동하시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성사는 교회를 통하여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의 행위이다. 가톨릭교회는 교회에 맡겨진 그리스도의 행위인 성사를 일곱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7성사라고 부른다. 가톨릭교회교리서 1113항은 교회의 7성사를 아래와 같이 분류하고 있다.
- 입문성사 : 세례(洗禮)성사, 견진(堅振)성사, 성체(聖體)성사
- 치유성사 : 고해(告解)성사, 병자(病者)성사
- 친교(봉사)성사 : 혼인(婚姻)성사, 성품(聖品)성사
그런데 교회의 성사는 왜 일곱 가지일까? 성경이나 교회의 역사 안에서 7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은 풍부하지만 그 숫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7성사는 우리 인간의 삶의 여정과 연관이 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태어나서 성장한다.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성인(成人)으로 인정받고 결혼을 하기도 한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화해도 하며, 질병이나 사고로 병원을 드나들며 마침내는 이 세상의 삶을 마친다. 우리의 7성사는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우선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적인 양식이 필요하며(성체성사), 신앙이 성숙해지면 성인(成人)으로 인정받고 거기에 합당한 은사를 받는다.(견진성사) 또 우리의 삶이 늘 순조롭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갖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여러 가지 형태로 악의 유혹을 받으며 그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영적으로 병이 들면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용서의 은총으로 치유를 받는다. 또한 육신이 병고로 시달리면 병자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자신을 결합시키며 이 성사를 통하여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성인이 되면 부모와 가정을 떠나게 되는데, 남녀가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혼인성사), 어떤 이는 성품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공동체를 위하여 봉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전 삶을 통하여 당신의 은총을 우리에게 쏟아 부어 주신다. 교회의 7성사는 우리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맞춤서비스이다. 흔히 말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전 생애를 하느님의 은총 안에 머물게 하시려는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성사생활은 우리에게 부담이 아니라 선물이다.
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아무리 강력하고 풍부하다 하더라도 우리가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은총은 효력을 내지 못한다. 가톨릭교회는 7성사가 교회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행위이기 때문에 사효적(事效的)으로 효력을 가지지만, 그 성사가 맺는 결실은 그것을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人效的)고 가르치고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28항, 1131항 참조) 그러므로 우리가 얼마만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는 은총도 각기 다르다. 마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처럼….(마르 4,1-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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