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소를 찾아 떠나는 길은 신앙의 뿌리를 찾아가는 듯 흐트러진 마음마저 가다듬어 준다. 고령성당(주임 : 김용민 안드레아 신부) 소속의 운수공소.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본당 주임 김용민 신부가 방문하여 공소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과 만나 공소의 현황에 대해 듣고 본당소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본당과는 15분 남짓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운수공소에 들어서면 건물 양옆으로 우람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우뚝 서있다.
공소미사 시작 전에 미리 도착해 있던 운수공소 김명학(하상바오로) 회장은 은행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는 우리 운수공소 신자들에게는 ‘교무금나무’로 불릴 정도로 고마운 나무.”라고 말하며 “매년 늦가을이면 공소신자들이 은행을 수확하여 팔아서 공소건축기금으로 마련해두고 있다.”고 들려준다. 곁에 있던 채종인(루피노) 총무는 공소 맞은편의 허물어질 듯한 낡은 건물을 가리키며 “몹시 낡은 집이지만 우리는 ‘별관’으로 부른다.”면서 “공소 레지오 회합을 이 건물에서 하고 있고 신학생 복음화과정으로 파견 나온 학사님도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너무 낡아 장대비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 때면 비가 새지는 않을까, 지붕이 날아가지 않을까 근심이 많다며 안타까워 한다. “신부님이 오시는 날에는 고해성사를 보는 고해실로도 사용이 되고 있다.”는 공소 신자의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렇듯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 별관은 운수공소 신자들에게는 새로운 공소를 지을 희망의 장소이다. 사실 이 별관은 공소재건축의 기대감을 안고 1998년 공소와 인접한 대지 100여 평의 땅과 가옥을 어렵게 매입한 집으로, 공소신자들의 희망이 담긴 곳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낡은 기와의 무게가 공소신자들의 염원만큼이나 깊게 자리하는 듯 느껴졌다. 3월부터 신학생복음화 과정으로 운수공소 별관에서 지내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김영민(가브리엘) 신학생은 “공소신자 가정방문과 평일에는 더불어 본당과 공소를 오가며 미사에 참례하고 있고 주일에는 공소예절을 이끌며 강론을 맡고 있다.”고 한다. 또 두 개의 쁘레시디움 단원들을 위해 매주 훈화도 준비하며 의미 있는 복음화과정을 지내고 있다. 주말이라 집에 왔다가 미사에 참석한 최지민(레아, 대2) 학생은 “본당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반면, 공소는 할머니들 중심이긴 하지만 가족 같은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좋다.”고 얘기한다.
고령성당 주임 김용민(안드레아) 신부는 “공소는 이곳 어르신들에게는 신앙의 모태와도 같은 곳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공소신자들의 오랜 바람인 공소 재건축은 본당 기공식이 끝나면 그에 맞춰 올해 안으로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령성당에는 네 개의 공소(덕곡, 박곡, 백산, 운수)가 있는데, 이들 네 개의 공소는 본당 네 개의 구역과 1:1 자매구역으로 맺어져 있다. 김명학 공소회장은 “올해 성모 성월에는 주임신부님의 뜻에 따라 공소에서 각각 자매구역을 초대하여 네 곳의 공소에서 성모의 밤 미사를 따로 봉헌하게 되는데, 우리 운수공소 역시 공소설립 이래 처음으로 공소마당에서 성모의 밤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설렌다.”고 들려준다.
한편 운수공소의 초대역사는 〈1960년대 초 당시에 김암이(야고보) 외 몇 사람이 고령공소에 입교하여 다녔는데, 모두가 가난하여 교회에서 지급하는 구호물자를 배급받고자 노력한 시절이라 추정된다. 이렇게 2년 정도 다니다 운수면 봉평리 소재의 김제생(바오로)이 운영하던 양조장 건물에서 첫 공소예절을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초대공소회장으로 1957년경 성주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배제권(프란치스코 사베리오)이 선임되었다. 1967년 공소예절 장소를 이전하여 운수면 봉평리 김암이(야고보)의 가정집에서 공소예절을 하게 되었으며 2대 회장으로 김암이가 선출되었다. 1973년 운수공소 신축공사에 고 김영옥(요한) 본당 신부의 주선으로 건축자재를 조달받고 공소신자들의 노력봉사로 완공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 1999년에 발간된 《고령본당 35년사》에서 옮김

낡을 대로 낡아 장마기간에는 비가 샐 만큼 재건축이 절실한 공소를 바라보며 신자들은 10년 전부터 공소 재건축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공소 신자 수 30여 명 남짓, 70대 어르신들이 많은 공소로서는 기금마련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동안 오직 한 마음으로 공소를 새롭게 잘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건축기금을 모으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다. 그런 부족함과 어려운 공소 여건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보며 당연히 해야 할 몫으로 받아들이고, 기쁘게 기도하며 준비하는 그들의 간절함이 있기에 운수공소는 머잖아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 운수공소재건축 후원계좌 : 신협 131 - 011 - 820812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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