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사람들을 서로 경쟁관계로 만들지만 스토리는 사람들을 서로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스토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울음을 터트리게 하고 시원한 웃음을 부르기도 하지요.
남이 가진 것을 나는 가지지 못해 어둠의 터널에 빠져들었을 때 키를 낮추어 아래를 내려다 볼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인생에 있어 고비가 들이닥쳤을 때 그 때야말로 깨금발로 위를 올려다 볼 때가 되었다는 것도 들려줍니다.
《한 달이 행복한 책》은 대학교 재학시절 시인으로 등단하고 평생 진솔한 삶이 묻어나는 시를 쓰며 살고자 했지만, 잠시 꿈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고 있는 유린이 일상에서 발견한 은은한 행복을 이야기로 펼쳐놓으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내용의 책입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따뜻한 마음이, 호된 질책보다는 눈물을 삼키게 했던 그들의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고백을 담아, 서른 편의 이야기로 엮어낸 지은이는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면 적어도 한 달은 행복할 수 있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무너져 내린 막장에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쓸쓸한 기차역에도, 빗물이 새는 단칸방에도, 친구를 위해 졸업여행을 포기한 학생들의 마음속에도 행복은 존재합니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발견하는 삶의 선물입니다. 마음의 여유와 따뜻한 가슴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로 인생의 노트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생애의 찬란했던 봄날도, 젊은 시절 푸르렀던 여름날도, 쓸쓸함에 가슴 저린 가을날도, 고통스러운 시련에 몸 떨던 겨울날도 아름다운 삽화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한 달이 행복한 책》에서 보여 준 여러 빛깔의 사랑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함께 나누는 삶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책갈피가 되어 반점을 찍기도 하고 느낌표를 찍기도 하는 인생의 전환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삶의 길목에서 만난 여러 키다리 아저씨와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 은인이 있습니다. 처녀시절 나눔의 삶을 가르쳐준 신부님과 나눔의 집 원장님, 10여 년 전 남의 집에 얹혀 산다고 살림에 보태라며 쌀 한 포대를 가져다주신 송현 1동의 반장님과 자매님들, 돈이 필요한 순간순간마다 급전을 돌려주신 시아주버님,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를 문단의 길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꺼이 상담자가 되어주시고 용기를 북돋워 주신 선배님과 언니들, 그 외에도 말없이 조용한 지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갈피를 넘기며 가난한 연인의 사랑을 들여다보았을 때는 신혼 시절의 힘들었지만 풋풋했던 사랑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기기도 했고, 낡은 자전거에 실린 아버지의 사랑을 읽을 때는 중3 시절 낮술에 불콰해진 아버지께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전거를 끌고 학교에 오신 일을 두고두고 미워했던 것을 생각하며 또 다른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으며 후회했고, 신부님의 선처로 부모님의 산소를 마련할 수 있었던 삼남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나는 과연 그 누구에게 힘이 되어 주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한 달은 참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유가족과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젖어 남편을, 아빠를, 아들을, 사위를 가슴에 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입니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고귀한 희생을 잊지는 말되 하루 빨리 그 아픔이 치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이 위로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 한 편을 옮겨 봅니다.
〈밤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다 / 내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 내가 그렇게 주장하기 때문에, / 슬픔의 끝에는 언제나 / 열려 있는 창이 있고 / 불 꺼진 창이 있고 / 불 켜진 창이 있고 / 언제나 꿈은 깨어나며 / 욕망은 충족되고 굶주림은 채워진다. / 관대한 마음과 / 내미는 손 열려 있는 손이 있고 / 주의 깊은 눈이 있고 / 함께 나누어야 할 삶 / 삶이 있다〉
* 조금숙(에스텔) 님은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가톨릭문인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일상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시와 더불어 따뜻한 마음으로 삶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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