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형제 사제들과 대구대교구의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의 선종 150주년을 맞이하여 사제들이 “교회와 현대사회에서 사제의 임무와 사명을 더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하고 “사제 직무의 효력이 달려 있는 영적 완덕을 향한 사제들의 노력을 북돋우고자” 작년 6월 19일 예수 성심 대축일부터 올 6월 11일 같은 축일까지 ‘사제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제의 해’의 주제로 “그리스도의 충실성, 사제의 충실성”을 정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대교구는 ‘사제의 해’ 한 해 동안 ‘거룩한 사제’, ‘사랑 충만한 사제’, ‘행복한 사제’라는 세 가지 소주제를 정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하여 왔고 이제 그 폐막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사제의 해를 마치며 먼저 교구의 신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교구 100주년 준비로 분주한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교구장 공석이라는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한마음으로 일치하여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가 되기 위해 각자의 소임지에서 최선을 다해 주신 점에 대해 교구 형제 사제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교구 사제단은 각 대리구 지역사제회의를 통하여 “한국천주교 사목 지침서”와 “대구대교구 사제생활 지침”을 공부하면서 사제인 우리의 신원과 삶을 깊이 성찰하였고, 또한 사제단 안에서도 형제적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많은 신자들은 성품성사를 통해 사제로 서품된 그 자체로도 사제들을 존경하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인품을 지니고 성무에 헌신적인 사제들에게 더 큰 존경을 드린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 시대는 어떤 때보다도 물질적으로 풍요한 때이며,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오히려 영적, 정신적인 빈곤과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과 소외 현상이 나날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권력과 명예와 물질적 풍요, 육신의 안락함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가는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과 순명, 겸손을 닮은 참 봉사자인 사제를 간절히 더 원하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투신하는 사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복음적인 삶의 가치관과 의미를 전해주는 사제, 말씀과 성사를 통하여 영원한 삶에 대한 기쁨과 희망을 전해주는 사제, 이런 사제를 그 어떤 시기보다도 더 갈망하는 시대가 오늘의 시대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온 지구가 공동선과 윤리성이 결여된 무분별한 개발과 반(反)생명적인 문화의 결과로 심각한 이상기온, 생태계 파괴, 생명경시 풍조로 치닫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우리는 직면하고 있습니다. 물신주의의 탐욕과 이기적인 인간중심주의의 오만으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피조물들의 탄식과 신음을 들으면서, 이 시대에 우리 교회와 사제가 짊어져야 하는 예언자적 소명과 임무를 더 분명하게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제의 해’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신 교형자매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하는 자녀들을 기꺼이 신학교와 수도회로 이끌어 주신 부모님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과 복음화를 위한 신앙인의 의무를 다해 주신 형제자매님들, 모든 수도자들, 기관과 단체,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주신 분들, 그리고 교회의 미래인 어린이들, 청소년, 청년 이 모든 이들의 희생과 기도들이 엮어져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교구가 ‘다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사제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 건설에 동참하다 보면 때로는 아쉽고 힘든 점도 있을 것입니다. 사제는 완덕을 향해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또한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는, 부족하고 약한 사람들입니다. 많은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들이 거룩한 사제, 사랑 충만한 사제, 행복한 사제가 되도록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고 희생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교우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사제의 해’를 폐막하면서 사제들이 특별한 은총 속에서 결심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성으로, 그리고 사제 직무에 대한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사제들을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실 것을 교구민 여러분께 청합니다.
‘사제의 해’를 마련해 주시고 풍요롭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 신부님들이 예수 성심을 닮은 사제들이 되도록 마음을 다해 하느님의 강복을 청합니다. 또한 형제 사제단과 교구민 여러분들이 더욱 아름다운 신앙인이 되고, 하느님 나라의 성실한 일꾼들이 되기를 기도하며 진심어린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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