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서늘했던 날씨와 달리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는 듯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토요일 오후, 경북 구미시 고아읍 송림리에 위치한 고아성당 송림공소(회장 : 심수호 베드로)를 찾았다. 고아성당(주임 : 이강재 요셉 신부)에는 네 개의 공소(송림, 봉한, 연흥,신촌)가 소속된 가운데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송림공소, 둘째 주 토요일 봉한공소, 셋째 주 토요일 연흥공소에서 오후 2시에 본당 주임 신부 주례로 공소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오늘은 송림공소에서 미사가 봉헌되는 첫째 토요일, 미사 시작까지는 아직 30분 넘게 남았지만 심수호 회장을 비롯한 몇몇 신자들은 한 달에 한번 방문하는 본당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벌써부터 공소에 나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오래되어 보이는 공소 건물 그리고 그 옆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흙집 한 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자와의 인터뷰를 위해 앉을 곳을 찾던 심수호 회장은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흙으로 지은 집은 덥지 않다.”며 그곳으로 안내했다. 평균 키의 성인 남자가 겨우 허리를 펼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천장의 흙집은 마치 냉방 기구를 틀어놓은 것처럼 정말 시원했다.
 
이곳 송림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심수호 회장은 송림공소에 대해 이렇게 들려주었다. “공소의 시작은 어른들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전부이다. 1890년 말경 권치하(시몬)라는 사람이 송림에 들어와서 남의 집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후 시몬 씨 동생도 여기 들어와서 함께 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자료가 남아있질 않아 확실치 않다. 그렇게 70여 년후 1960년 대 초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독일 신부님들이 지금의 송림공소를 지으셨다. 107-108년 전 신앙이 시작된 이곳이 현재 구미·선산 지역 신앙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그 오랜 역사를 대변하듯 그동안 송림공소에서 원평, 도량, 고아성당이 분가되었으며, 현재 30여 가구, 40여 명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심 회장은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해온 신자들은 마치 한 형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반모임도 하고 레지오 회합도 하면서 신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때 전상훈(안드레아) 전임 공소회장이 들어와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전상훈 전임 회장은 “신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 예비신자 입교가 쉽지 않다.”고 말하며 “이곳에 교회는 세 개, 공소는 하나 뿐이지만 공소에 다녀간 사람은 스스로 깨닫고 신자가 되더라.”고 웃는다. 유동인구가 적고, 젊은 사람이 많지 않아 예비신자 모집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간혹 예비신자가 생기면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고아성당에서 예비신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윽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삐걱대는 나무 마룻바닥에서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미사 반주도, 복사도 없는 소박한 미사였지만 공소 신자들은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미사를 봉헌하였다.
미사가 끝난 뒤 고아성당 이강재(요셉) 주임신부와 한자리에 모인 신자들. 이 신부는 “송림공소의 오랜 역사에 비해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이곳 신자들은 구미·선산 지역 신앙의 발상지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신앙의 끈으로 맺어진 신자들은 이제 먼 친척보다 더 가까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김재봉(베네딕토) 씨는 “서로의 길흉사를 함께 겪으며 자연스레 정이 돈독해졌다.”고 했으며, 심 회장은 신자들에게 “우리 모두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지내봅시다.”라고 말했다.
50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동안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해 온 신자들이기에 공소에 대한 애정은 더욱 각별하다. 김재봉 씨는 “보시다시피 공소 건물이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보수나 수리가 필요하지만 현재 공소 형편으로는 어림없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심 회장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앞으로 잘 보존해야겠지만 공소를 관리할 사람도 마땅치 않고, 새성전 건립 계획 중인 고아성당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교구에서 우리 공소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추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소를 지키며 신앙을 이어온 신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송림공소 보존을 위한 관심과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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