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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책 한 권
《너는 특별하단다》


이정은(파비올라)|이곡성당

유난히도 길었던 지난 겨울 끝자락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인근 초등학교 어머니들에게 동화구연을 한 번 해 줄 수 있냐는 제의였다. 흔쾌히 대답을 하고서는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 앞에 서 본 지도 까마득한 옛날이라 ‘잘 할 수 있을까?’ 되묻기를 수차례 한 끝에 떨리는 감정으로 그림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당일 청량제 같은 느낌으로 하루를 봉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던 기억이 난다. 그날 들고 나선 몇 권의 책 중 내게 가장 힘이 되었던, 그리고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픈 《너는 특별하단다》는 하느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이다.

《너는 특별하단다》는 웸믹이라는 작은 ‘나무 사람들’ 이야기이다. 제각기 다른 웸믹들은 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서로에게 붙여주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재주가 뛰어나거나 색이 잘 칠해진 웸믹들은 별표를 받고, 나뭇결이 거칠거나 재주가 없는 웸믹들은 잿빛 점표를 받는다. 주인공 ‘펀치넬로’는 항상 점표를 받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별표도 점표도 없는 루시아를 만나게 되어 비결을 물었더니, 웸믹들을 만든 목수 엘리 아저씨를 찾아가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엘리 아저씨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넌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말해준다.

4년 전 독서토론 동아리를 시작하고 첫 걸음마를 내딛는 아기의 설렘으로 이 책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펀치넬로’처럼 나약한 나였다. 관계라는 굴레 속에서 힘들어하고 건강하지 못한 내적 자아를 만나면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누군가에게서 점표를 받을까 두려움에 떨며 숨을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또 누군가에게서 별표를 받기 위해 몇 겹의 포장지로 포장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끝없는 혼란 속에 빠져 있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셨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상의 가치 틀에서 벗어나 나 자신 속에 감추어진 진정한 가치를 찾았을 때 참 자유와 행복을 갖는다는 것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또한 우리의 형상 그대로를 닮아 있는 웸믹 마을 사람들은 최고를 고집하는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리들이 잣대를 정하고, 그것으로 평가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수군대기도 한다. 그것으로 어떤 이는 기뻐하고, 어떤 이는 좌절하기도 한다. 옳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들추어 바꾸는 것이 너무나 멀고 어렵기에 눈을 감아 버린다.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정죄하고, 판단하며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점표를 붙이면서 살았을까?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들이는 나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점표를 스스로 붙이게 되었던가? 그런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하느님의 참사랑이시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기 2장 7절) 하느님께서 땅에서 흙을 취하여 사람의 모습을 빚으셨다고 하셨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드실 때 얼마나 많은 정성으로 특별한 나를 보내주셨을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코끝이 찡해진다. 최고가 아닌 유일한 나를 잊고 있었던 그동안의 상처들을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빛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신 것이다.

특별한 나, 특별한 너, 특별한 우리가 만났을 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야말로 하느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도 펀치넬로처럼 온전한 하느님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루시아처럼 하느님 말씀을 이웃에게 전파하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느님께서는 내게 속삭이신다.

<너는 특별하단다. / 너는 너이기 때문에 특별하단다. / 특별함에는 어떤 자격도 필요 없으며 / 너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단다. / 네가 가진 것 때문이 아니라 / 넌 너이기에 행복 할 수 있단다. / 잊지마렴. / 넌 언제나 특별하며 / 난 널 사랑한단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며 시큰거리는 눈시울을 훔치며 이 기회를 허락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유일하고 특별한 ‘나’이기에 사랑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너무나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사랑이 부족한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 《너는 특별하단다》를 추천하고 싶다.


* 이정은(파비올라) 님은 책 읽기를 좋아해 독서동아리‘은행나무’에서 총무를 맡아하면서 신당종합복지관 내 아동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또 본당에서는 반장으로 봉사하면서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자 애쓰고 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