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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저 가엾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을까!


하성호(사도요한)|신부, 교구 사무처장 겸 월간 <빛> 잡지 주간

언제부터인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져, 키우는 애완견만 해도 약 5백 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렇듯 애완견 붐이 일어난 지 여러 해가 되다보니 애완견 5백 만 마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곱 살이 넘었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이미 중년에 들어선 그 애완견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는 한 동물애호가의 말을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다.

김천 지좌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사목할 때 어떤 분이 강아지를 키워보라며 두 마리를 주고 갔다. 강아지들을 감나무 밑에 매어두고 보리쌀을 삶아 주었더니 금세 자라 나의 운동 파트너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들판에 데리고 나가 내가 뛰면 녀석들도 즐겁게 뛰고, 내가 앉아 쉬면 녀석들도 내 옆에서 혀를 쑥 빼고선 할딱거리며 쉬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정다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

대신학원 원장 시절, 신학교 교수 신부 몇 분이 애완견을 키웠다. 당시 대주교님께서는 교구 사무처장 신부를 시켜 신학교 신부들이 개를 키우지 말라는 명을 하달하셨다. 사목자들이 신자들을 사랑하고 신자들에게 관심을 쏟아야지, 애완견을 좋아하고 애완견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흔히 말하는 똥개도 키워보면 정다운 사이가 되는데 하물며 잘 길들여진 애완견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중년에 들어선 애완견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잘 보살피고 관심을 기울이라는 동물애호가의 말은 너무나 지당한 말일 것이다. 주인과 정을 나누며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동물이, ‘나이가 들었다고 거들떠도 안 보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개의 상심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래서 일곱 살이 넘어 중년에 들어선 개를 내팽개치면 개도 우울증을 앓게 되고, 심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식음을 전폐하고 죽게 된다고 경고하는 동물애호가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 좋다. 이름 있고 족보 있는 애완견을 여러 마리 키워도 좋다. 그래도 ‘하지만’이라고 토를 좀 달까 한다. 극빈국 나라의 아이들을 돕자는 광고에서 ‘너를 도와줄게.’라는 말 한 마디에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이 왜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그 아이들은 하루에 천 원, 한 달에 3만 원만 있으면 어릴 때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있고 배를 곯지도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누구보다도 그 아이들의 심정을 잘 헤아릴 것 같다.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으며 우리교구는 그런 아이들을 돕자고 ‘해외아동 1:1 결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돈 얼마라도 좋다. 한 달에 1만 원도 좋고 3만 원도 좋다. 지금 굶어죽어 가는 아이들, 돈이 없어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해 온갖 질병에 방치된 아이들의 저 가엾은 눈망울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바라보아 주면 좋겠다. 빈곤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우리 집 애완견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저 아이들에게 우리가 무슨 낯으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복음의 말씀을 전할 수가 있겠는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지금 저 가엾은 아이들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베풀고 싶은 마음을 담아 (053) 253-9991로 문의 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