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병원사목을 때때로 ‘광야’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늘 새로운 도전의 현장이기에 병원사목을 ‘광야’라 일컫습니다. 이 광야에서 예언자들이나 선지자들, 구도자들은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났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병원이 그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환자나 원목자들에게 있어 병원은 ‘광야’입니다.
저의 병원명이 ‘파티마’인데 ‘파티마’가 무슨 뜻인가 하고 사람들이 자주 질문을 합니다. 파티마(Fatima)는 포르투칼(Portugal)의 한 작은 마을 이름으로, 1917년 5월 13일 이곳에서 양치기 일을 하던 히야친타, 프란치스코, 루치아라는 세 어린이들에게 성모님께서 발현하셔서 이 어린이들과 함께 로사리오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첫 발현일인 5월 13일에서부터 10월까지 매월 13일에 발현하셔서 “회개하고 기도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하며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마지막 발현인 10월 13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성모님의 발현에 함께 하였는데, 그 결과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마음의 평화를 체험함으로써 내적 치유를 받게 되었고 어떤 사람은 불치의 병이 낫기도 하였습니다.
위에서처럼 저희 병원의 시작은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의 메시지를 몸소 실현하고 그 참뜻을 우리의 이웃들에게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6.25 전쟁 후 우리가 이웃한 환자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주위의 필요에 따라 작게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것을 파티마의 성모님께 맡기고 도움을 청하며….
인류의 역사 안에서 경험하듯이 인간이 부딪치게 되는 한계상황 중 가장 극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죽음일 것입니다. 생사의 갈림길, 바로 그 순간에 가지게 되는 육체적이고 심리적이며 영적인 불안, 그로 말미암은 고통과 두려움, 죄책감 등 영적으로 피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환자는 최종적으로 절대자를 찾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원목자는 그들의 요청에 따라, 하느님이 누구이시며 우리와 어떤 관계에 있으며 그 하느님은 구체적인 우리 자신에게 어떤 존재이신지를 알려드리고 만나게 해 주며, 또 그 순간 그렇게 그들이 하느님을 만나는 놀라운 그 과정을 보며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는 은총을 얻게 됩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그 생명이, 의료진의 손길을 통해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생기로 전달될 때, 또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 안에 살아계시며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보게 될 때 생사의 갈림길, 즉 죽음의 문턱은 불안과 두려움의 순간이 아닌 구원과 은총의 시간들이었음을 보게 됩니다. 큰 수술이나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들 안에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위로와 자비하심을 생생히 보면서 원목자는 말씀의 전달자로서의 풍성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이 광야, 즉 끝없는 도전과 은총으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시는 하느님께 병중에 계시거나 입원 중이신 환우들과 보호자들, 병원에 종사하는 모든 의료인들과 직원들, 무엇보다 우리 자원봉사자님들 각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온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