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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영천성당 고경공소
하느님의 향기를 따라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신앙생활은 각자가 살아가는 생활방식만큼이나 다르다. 그렇지만 신앙인이라는 이름 아래 주일을 거룩히 지키며 저마다 각양각색의 신앙활동을 통해 하느님께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또 그분이 주신 소명을 실천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빠르게 변해 가는 오늘날 옛것을 지키며 현재의 것과 조화를 이루어 신앙생활을 해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영천시 고경면에 자리한 영천성당(주임 : 이상락 바오로 신부) 소속 고경공소의 공소민들이다.

정확히 언제 영천 지방에 천주교 복음이 전파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신유박해, 병인박해를 거쳐 뿌리내린 신앙으로 인해 공소가 생겨났고 후에는 성당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공소회장 등 공소의 일에 언제나 발벗고 나서는 손영득(아브라함) 전 회장은 “우리 고경공소는 1962년 처음 첨례를 보기 시작하여 그해 화산에서 온 이 율리아 씨가 전교회장이 되고 본격적으로 교리를 가르치게 되었다.”면서 “그 당시 본당 주임신부이신 강찬형(파스칼) 신부님의 지원과 공소민들의 열심한 신앙으로 지켜온 공소로 당시 공소에는 신자 10여 명과 예비신자 30여 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예비신자 2명과 60여 명의 신자들이 공소예절과 한 달에 한 번 있는 미사에 참례하며 공소를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1962년 시작된 고경공소는 1964년 이른 봄, 지금의 공소건물을 짓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고 그해 6월 준공식을 가졌다. 손영득 전 회장은 “준공식에는 서정길 대주교님께서 오셔서 축성미사를 집전해주셨고, 본당 신부님을 비롯하여 많은 신부님과 타지역 교우들이 참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농번기는 오전 8시, 동절기는 오전 9시에 공소예절을 드리는 고경공소는 한 달에 한 번 본당에서 신부가 파견미사를 나온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날, 한 달에 한 번 있는 파견미사로 공소가 분주했다. 원유석(시몬) 회장은 “미사가 있는 날은 2-3시간 먼저 와서 청소를 하고 레지오 마리애 주회를 갖고 다 함께 묵주기도를 드린다.”면서 “한 달에 한 번 공소에서 봉헌되는 미사는 잔치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영천성당 이성인(바오로) 보좌신부는 “고경공소 신자들은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우애가 돈독하다.”며 “고경공소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순박하고 정겨워 마음이 포근해진다.”고 말했다.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령화 문제는 모든 공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제이다. 이에 고경공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상도(도날도) 전 회장은 “취업과 교육문제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다보니 지금 공소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이라며 “점점 노령화가 심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1년에 한 번 전 공소민이 성지순례를 떠나고, 봉사활동, 교구에서 행해지는 피정뿐만 아니라 본당 일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고경공소는 여름이면 신앙학교 또는 피정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원유석 회장은 “교구 여성연합회, 산간학교, 대학생회 농가일손 돕기 방문 등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며 “우리 공소는 피정 등 산간학교를 하기에 장소나 기타 등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0여 년의 시간을 견뎌 현재에 이른 고경공소, 신자들도 건물도 예전의 반짝반짝했던 윤기를 찾아볼 순 없지만 손때 묻은 정겨움과 그분의 은총 안에 살아온 세월만큼 그분을 닮아가는 얼굴에 깃든 미소는 하느님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