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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나는 우리 공동체 - 성정하상성당 하상공부방
공부방이 있어 좋아요!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얘들아, 오늘 간식은 찐 감자로 준비했단다. 얼른 손 씻고 와서 먹으렴.” 오후 4시가 지나면서 하상공부방에는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취재를 위해 공부방을 찾은 날 식사당번을 맡은 성정하상성당(주임 : 류승기 바오로 신부)의 ‘지혜의 샘 소공동체’ 회원들이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을 준비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한여름 더위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고 뽀얀 분이 가득하도록 감자를 삶아 식기 전에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애쓰는 박외숙(실비아) 봉사자는 “사실 오늘 처음 봉사하러 왔는데 잘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다.”면서 “앞으로 더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같은 소공동체 회원으로 봉사하러 온 기경옥(세실리아) 봉사자는 “맨처음 공부방에 봉사하러 올 때는 우리 막내 아이가 ‘엄마, 가지마.’라며 떼를 쓰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엄마가 하는 봉사활동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다.”며 공부방에서의 작은 봉사활동이 자신의 신앙생활에 큰 기쁨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봉사자들과 잠시 인터뷰를 하는 사이, 하나 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로 가득찬 공부방에서의 늦은 오후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 2009년 12월 성정하상성당에서 예산을 들여 개소한 ‘하상공부방’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조용한 주택가 1층에 마련된 곳으로 방 두 칸, 거실 겸 주방, 욕실 구조의 가정집이다. 하상공부방은 지역 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가운데 신자·비신자 가리지 않고 원하는 학생 누구나 와서 학습과 생활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초등학생 8명, 중학생 11명이 등록되어 있고,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의 지도로 초등부, 중등부 학생들이 한 과목 또는 두 과목의 학습이 이루어진다. 학습시간 이외에는 개별 숙제나 독서 등으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곳은 대략 지역 내 맞벌이 부부 자녀들이거나 자원봉사자들의 자녀들이 함께 하고 있다.

공부방의 관리와 책임을 맡고 있는 손병선(바오로) 씨는 “우리 성정하상본당은 소공동체 활동이 무척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곳 공부방에는 어르신들 소공동체를 제외한, 24개의 성인 소공동체 회원들이 순번을 정하여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들의 간식과 식사준비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해준다. 계속해서 손병선 씨는 “아이들의 간식과 음식준비는 각 소공동체에서 모은 회비와 약간의 본당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봉사 당번을 맡은 회원들이 개인적으로도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공부방의 주방공간이 협소한 까닭에 정해진 식단표 대로 담당 봉사자들이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어 오는 편이고, 밥은 바로 지어 다함께 식사를 한다.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들은 미리 음식을 만들어 갖다주기도 한다. 또 생일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공부방에서 생일축하식도 해주고 있다.
이렇게 성정하상성당에서 하상공부방을 운영하게 된 데에는 류승기 주임신부의 의지와 더불어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수녀회에서 이 지역 파견을 나와 활동하던 김 다미아나 수녀의 제안이 수렴되어 가능하게 된 것. 김 다미아나 수녀는 황금동 일대 홀몸어르신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 탈북자, 장애인가정 등을 방문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 홀로 집에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부방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공부방으로 와서 본당의 소공동체 회원들이 준비해주는 간식과 따뜻한 저녁으로 든든히 식사를 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방은 즐거운 삶의 공간이다. 공부방에 오자마자 책부터 찾아 읽는 김민재(마르티노, 초3) 어린이는 엄마가 이곳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 자연스레 엄마를 따라 공부방에 오고 있다는데 “공부방에 와서 책도 읽고 또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이준영 학생은 “아직 성당에는 다니지 않고 있지만 이런 공간이 우리 동네에 있어서 좋고 또 이곳에 와서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공부도 할 수 있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4시부터 저녁 내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상공부방의 책임관리자 손병선 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듯이 이곳에 와서도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길 바란다.”고 말하며 “이 공부방을 통해 자신들이 목표한 꿈을 이루고 성장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훌륭한 인재로 커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특별한 지원없이 본당공동체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하상공부방. 오늘도 아이들은 학교공부가 끝나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제 집처럼 공부방을 찾아 모여든다. 그런 아이들에게 더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자 노력하는 성정하상성당 소공동체 회원들과 주임신부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애쓰는 자원봉사 교사들의 열정이 있기에 하상공부방은 꿈과 희망의 보금자리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하상공부방 후원관련 문의 : 손병선(바오로) 010-5074-3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