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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기
교회론과 성사론 안에서의 성령의 망각


조현권(스테파노)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1) 교부시대 초기의 성사론

가) 아우구스티노

성사개념은 떼르뚤리아누스(+220?) 이후 아우구스티노(Augustinus +430)를 통하여 결정적으로 발전하였다. 그에게 성사는 하느님의 보이는 말씀으로서 구원을 선사하고 신앙을 불러일으키는 거룩한 표지이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하시는 보이지 않는 말씀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서 거룩하다. 그리고 하느님이 선물하시는 이 성사는 무엇보다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한 것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더 굳세게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세례와 성체성사에 관련되어 조직적으로 전개된 아우구스티노의 성사이론은 그 이후의 세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령에 대하여 논할 때에도 아우구스티노는 이미 그에 앞선 교부들과 마찬가지로 현저하게 성사와의 관련 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성사는 감춰져있는 실재의 운반자인데, (성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은 우리를 볼 수 있는 사물의 상징을 통하여 볼 수 없는 실재들에로 이끄는 것이다.

 

성사를 집전할 때 자신 안에 성령을 모신 전 교회가 활동을 하는데, 성사들은 성인들의 마음 안에 성령으로 완성된 효과(일치[unitas]와 사랑[caritas])를 목표로 한다. 즉 교회 안에 성령이 사시며, 이렇게 성령을 모신 교회가 전체로서 성사를 집전한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어떤 개별 성사는 단순히 몇몇 신자가 받는 성사만이 아닌 것으로, 전체 교회의 신앙 안에서 우리는 성사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신자들은 서로 일치하고 친교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며, 성사는 이렇게 신자들을 거룩하게 하여 성인들의 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나) 세빌라의 이시도로

아우구스티노를 따라 세빌라의 이시도로(Isidor von Sevilla +636)는 물, 빵, 포도주와 기름 같은 자연적인 요소들이 성령의 내려오심을 통하여 구원을 가져다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 “빵과 포도주는 성령의 활동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성사가 된다. 창조의 시작에 물위를 떠돌던 영은 물을 치료하고 거룩하게 하며, 물에 죄로부터 정화하는 신비스런 힘을 부여한다. 죄녀가 예수님의 발에 기름을 발랐다는 것에 관련하여 이시도로는 기름의 구원하는 힘을 설명한다.”

 

이시도로는 객관적인 품위와 성사들의 효력은 개인적인 거룩함 혹은 집전자의 죄성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성령은 그들의 풍성한 교회적 집행에 있어서 감춰진 방법으로 활동하시기 때문이다. 성사의 객관적인 효과, 즉 성사가 유효하게 이루어지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집행자와 수령자의 성성(聖性)과 죄성(罪性)과 신앙정도와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효과, 즉 성사의 은총이 개인에게 얼마나 풍성하게 주어지는가에 대한 문제는 그렇지 아니하다.

 

2) 중세에서 트리엔트 공의회까지의 성사론

 

가) 베드로 롬바르도

베드로 롬바르도(+1160)는 7성사를 은총의 표지요 원인으로 고찰한다. 그는 성 빅토르의 후고(Hugo von St.-Viktor +1141)와 연결하여 표지적 특성과 함께 원인적 특성도 강조하면서 인과관계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는 개념을 정의하면서 후고로부터 요청된 그리스도를 통한 제정과 연결하여 성사의 수를 이전의 많은 수에서 일곱으로 줄였다.

 

이렇게 하여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마침내 일곱 숫자를 정의하게 된다.(DH 1601) 곧 오늘날 우리가 7성사라고 부르는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고해성사, 병자성사, 성품성사, 혼인성사가 교회의 공식적 성사로 확정되었다.

 

나) 토마스 데 아퀴노

토마스 데 아퀴노(+1274)는 베드로 롬바르도를 따라서 하느님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설립된 은총을 부여하는 표지를 성사로서 파악한다. : “표지와 원인은 동일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표지임은 (원인보다) 효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사는 은총의 표지이며, 따라서 성사는 (은총을 드러내는 효과이지) 은총의 원인이 아니다.” 하지만 성사는 “거룩한 사물의 표지인데, 그것은 거룩한 사물이 사람들을 거룩하게 하는 데서 그러하다.”

 

그는 말하기를, “성사의 내면적인 효과는 사람이 죄악에서 정화되고 은총을 통하여 조명된다는 데 있다. … 성사의 힘은 유일하게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하느님 홀로 성사들을 제정하신다는 결론이 나온다. …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성사들’(베드로 롬바르도)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교회는 세워졌다.”고 하였다. 즉 하느님의 아들로서 인간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파스카가 성사의 원천이 되며, 이렇게 하느님의 힘에서 유래하는 성사는 신자를 죄악에서 정화하고 은총으로 거룩하게 한다는 말이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사들을 ‘질료’와 ‘형상’에서 합성된 효과를 내는 원인으로 정의한다. : “두 가지 방법으로 무엇인가 성사 안에 있다는 것이 요청된다. 성사의 필연성에 속하는 것으로든지, 아니든지. 그런데 만일 무언가 부족하다면 성사는 완성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만일 필요로 하는 형상 혹은 필요로 하는 물질이 부족할 때도 그러하다.”

 

그러나 토마스는 성사 안에서 신앙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를 강조하는데, 표지의 구조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수령자의 태도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즉 성사를 받는 사람의 신앙 정도에 따라서 은총은 다르게 주어진다는 뜻으로 성사수령에 있어서 열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그에 따르면 말씀은 성사들 안에서 말해지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이다. 즉 성사 안에서의 하느님의 말씀은 단순히 읽혀짐으로써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신자들이 듣고 믿음으로써 그러한 것으로, 성사를 받을 때 신자들은 읽혀지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또 그 말씀에 응답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