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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법. 그 기회를 잘 깨달아 알고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일 터. 우연한 기회에 한지공예를 배우게 되었고, 그 배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봉헌과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한지공예가 이영숙(베네딕다, 도원성당) 씨를 만나러 도원성당을 찾았다. 성당 로비에는 ‘사랑, 그 하나의 불꽃’이라고 이름붙인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성경 속 말씀을 토대로 인물이나 사건을 전례에 맞게 구상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해내는 이영숙 씨는 교회전례력에 따라 작품을 번갈아 가며 본당에 전시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좋은 묵상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1년여의 기간을 갖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이영숙 씨는 “말씀을 읽고 또 읽고 그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읽혀지는 그림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을 만큼 언제나 성경에서 영감을 얻는다.”면서 “기본적으로 말씀이 제 안에 들어와 있기에 늘 그 생각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사실 여러 차례에 걸쳐 신·구약성경을 필사하고 전시도 할 만큼 말씀이 그녀의 삶 안에 녹아들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여름 폭염에도 에어컨 없이 더위와 맞서 닥종이를 매만지며 무엇을 만들까, 또 만들어서 누구에게 선물해줄까, 하는 생각만 해도 즐거움이 앞선다는 그녀는 2002년 한지와 첫 인연을 맺고 한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종이가 종이로 있을 때는 단순한 종이일 뿐이지만 제 생각대로, 또 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찢어 겹겹이 풀을 붙여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를 품게 된다.”는 그녀는 “염색도 직접 해서 쓰는데, 염색이란 것이 신기해서 할 때마다 다르게 색이 나오므로 늘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닥종이 작품들은 완성된 것부터 이제 성형을 마친 것까지 다양한 군상의 모습으로 제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을 여쭈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상이란다. 공예를 시작한 뒤 순교자 성월을 맞으며 문득 “순교성인들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바쳤는데 ‘과연 나는 일상에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는 그녀는 “성경 필사를 시작하는 일.”이라 여겨 당장 필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성경필사를 하면서 만든 작품이 성 김대건 신부상이었던 것. 점차 이름이 알려지자 이영숙 씨의 작품들은 대구뿐 아니라 마산, 부산 등지의 본당과 시설, 기관으로 널리 전시되면서 그만큼 더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작품제작에 쏟는 열정 이상으로 본당에서의 활동도 열심인 이영숙 베네딕다 씨는 도원성당 사목평의회 여성부회장직을 맡아 본당의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앞장서서 일하고 있다. 또 3대리구 성소후원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삼덕성당 출신 신자모임인 삼덕밀알회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1982년 삼덕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이래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미사 한 번 빠지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영숙 씨는 “국내이든 국외이든 여행을 가게 되면 늘 성당의 위치를 먼저 알아보고 꼭 미사에 참석한다.”고 했다. “항상 깨어 있어라.”는 성경말씀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매일 ‘예수님께 예쁨 받는 일.’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예쁨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하느님의 자녀로 살고 싶다며 “모든 일에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만큼 오랜 세월 열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이도록 종이를 자르고 매만지며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한 가지 예로 양 100마리를 만들기 위해 손이 부르트도록 종이를 자르고 붙여가며 마침내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기까지, 그 과정에는 분명 순교의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그녀의 인내와 열정 그리고 신앙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한지공예가(닥종이 작가)로서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상전시를 비롯한 숱한 국내전시는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전시와 여러 번의 수상경력을 갖고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이영숙 씨는 “이런 귀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필요한 곳에 저의 작품을 봉헌하는 기쁨, 또 함께 나눌 때의 그 행복은 느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주는 것이 좋고 만드는 것이 좋아 그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소망이 있다면 “로마 바티칸에 한복 입은 성탄구유를 만들어 봉헌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영숙 베네딕다 씨의 작품 하나하나의 표정에는 그녀의 수줍고도 발그레한 미소가 그대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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