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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사목을 하며 - 경북대학교병원
기쁨과 감사로 엮어가는 원목생활


강옥순(에밀리아나)|경북대학교병원 원목수녀, 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



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경북대학교병원은 대구와 경상도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주요한 종합병원으로 알려진 곳으로 1980년 3월, 당시 삼덕성당의 수녀였던 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의 김 세실리아 수녀를 첫 원목담당자로 파견하면서 경북대병원의 가톨릭원목이 시작되었다.

이어 1990년 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에서는 병원원목 전담수녀를 파견하여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데 나는 학교음악교사로 또 9년 동안의 브라질 선교사로 원목활동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2009년 8월 파견을 받았다. 그리고 전임수녀들의 원목활동을 참고하면서 우선 환우들을 잘 파악하고 돕기 위해 환우들을 직접 대하고 있는 직원들 가운데서 가톨릭신자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여 병원, 치과, 의대교수님들과 직원들의 연구실과 진료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신자 카드를 만들고 도움을 부탁드려 신자들을 파악하게 되었다.

현재 파악된 140여 명(교수 45명, 직원 67명, 가입을 원하는 이 포함)의 가톨릭직원 중에는 의대생과 군의관일 때는 열심히 신자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거나, 이사를 다니면서 이제는 교적조차 없는 신자들도 있었지만, 대구대교구 병원원목담당이신 손성호(요셉) 신부님의 도움을 받아 그들에게 메일로 주일강론을 보내고, 전 직원의 영명축일에는 카드와 꽃을 전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좁혀나가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경대병원 내 신자들의 모임인 가톨릭연구회는 매달 첫 월요일에는 연구회 회원들과 봉사자들을 위해 이홍근(바오로) 신부님을 초대하여 그 달 그 달에 맞는 가톨릭 영성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일 년에 한 번 피정과 성지순례를 하며 스스로 신앙을 되돌아보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데, 올해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피정의 집에서 박강수 신부님(칠곡가톨릭병원장)을 모시고 연중 피정을 하면서 바쁜 일상 삶을 뒤로하고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귀한 시간도 가졌었다.



즐거운 음악으로 환우들에게 봉사하자는 취지로 모인 가톨릭연구회(회장 : 이상범 교수)의 하모니카 회원들도 30명이나 된다. 지난해 12월 병원 1층 로비에서 가진 환우들과 보호자들을 위한 성탄예술제에서는 몇 달 동안 시간을 쪼개어 가며 준비한 연주로 뜨거운 갈채와 칭찬을 받은 기쁨과 보람의 순간을 느끼며 연구회 회원들과 봉사자들이 전 병동의 환자들에게 ‘성탄축하 떡’을 나누며 성탄의 기쁨을 나누었었다. 올 4월 부활절에는 계란을 예쁘게 장식하여 전 병동의 환우들에게 나누어드리고 각 층을 다니며 연구회 회원들이 하모니카를 연주하여 환우들과 보호자들이 노래로 함께 하며 어깨춤을 추는 흥겨운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원목실의 꽃은 자원봉사자들인 것 같다. 초창기 원목활동에는 가톨릭 봉사자들이 없었지만 지금은 28명의 평신도 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에 있는 병원미사에 함께 하며, 매주 수, 목, 금요일에는 800여 병실을 방문하면서 가톨릭신자들을 파악하고 환우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대화하며 함께 기도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밝고 따뜻한 표정에서 힘을 얻는다며 그들의 방문을 기다리는 환우들이 많다. 가톨릭병원이 아니기에 우리 봉사자들은 봉사자로서 병원에서 받는 아무런 혜택이 없는데도 그들은 자신의 귀한 시간과 정성을 기쁘게 내어 놓으며 봉사를 하고 있어 가톨릭병원이 아닌 경북대병원에서 가톨릭을 접하게 된 환우들과 보호자들은 놀라움과 감사로 그들을 만나곤 한다.

지난 7월 대구 경북지역 암센터에서 2010년 신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이 있어 우리 가톨릭 원목실에서는 13명이 참석하여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수녀님, 이렇게 원목실 봉사 하다가 더 나이가 들면 호스피스병동에 봉사하는 것이 소원입니다.”하고 진지하게 교육받던 봉사자들의 말을 듣고 가슴이 찡했었다. 박 로즈마리(폐암환우) 님은 2년 간의 투병 끝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여, 병자성사를 받고 임종시기가 가까워져, ‘임종방’으로 옮겨졌었다. 원목실 봉사자들이 방문을 하고 기도와 성가를 부르며 환자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봉사자가 창문가로 가 굵은 눈물을 닦으며 소리 없이 흐느껴 우시는 게 아닌가! 친척도 가족도 아니지만 환우의 아픔에 함께 동참하며 그렇게 슬피 우셨던 그분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이러한 은혜로운 경우를 함께 하면서 나는 원목실 수녀로서 더욱 더 환우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분들 한 분 한 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올 5월부터는 삼덕본당 사회복지회위원장(구기홍 이냐시오) 님이 본당 교우들에게서 후원금을 모아 주시어 매주 2회 입원환우들과 보호자들에게 커피와 차 봉사를 하도록 배려해 주셨다. 무료한 병원생활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역시 가톨릭은 달라, 봉사를 많이 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우리를 맞기에 우리 모두도 힘과 기쁨을 얻는다.

경북대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장례미사’인 것 같다. 타지의 분, 냉담 중인 분, 여러 사정으로 본당에서 장례미사를 하지 못하는 분들의 장례미사가 병원에서 이루어진다. 생전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삼덕본당의 모니카 할머니 기도 팀, 병원주변 성당의 레지오마리애 단원들…. 새벽인데도 장례미사를 위하여 오시어 마지막 고인의 길을 기도로 하느님께 빌어 주시는 그분들의 봉헌과 헌신들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아직 원목실에서의 길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감사드릴 분이 참으로 많다. 먼저 원목생활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의 나에게 원목자로서의 교육의 기회를 기꺼이 허락하시고 배우도록 해 주시어 원목자로서 힘을 얻게 해 주시는 손성호 신부님, 올 5월 새로 발령 받으시어 환우방문과 안수로 그들과 가족들에게 힘을 주시는 서동완(비오) 신부님, 가톨릭연구회 회원님들, 물적·영적도움을 아끼지 않으시는 삼덕본당 신자님들, 이원의료기 사장님, 김시오 교수님, 조미옥 교수님,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로 토요미사에 환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음대생 비비안나와 전례봉사를 하는 카당(경대의대생 가톨릭동아리) 회원들, 차 봉사를 하도록 배려해 주시는 구 이냐시오 위원장님, 매달 영적인 양식으로 채워주시는 원로 이홍근 신부님,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나의 든든한 오른팔 왼팔이 모두 되어 주시는 우리 원목실의 신앙 봉사자님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