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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나는 우리 공동체 - 삼덕성당 청년 빈첸시오
서로를 함께 나누는 것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저희는 나서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매주 봉사활동을 하지만 저희들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떨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연락을 주셨으니 그럼 오세요.” 삼덕성당 청년 빈첸시오 양호창(안토니오) 회장의 목소리는 취재 요청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주일 오전 6시 30분, 그들이 노숙자 무료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는 대구역 뒤편 광장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그곳에는 벌써 180여 명의 노숙자들이 줄지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주 함께 봉사하고 있는 삼덕 청년빈첸시오 회원들과 개신교회 신도들은 각자 준비해온 밥과 반찬들로 노숙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급식이 시작되고, 인원 수 파악을 위해 나누어준 담배 한 개비씩을 받아든 노숙자들이 차례로 식사를 하였다. 30여 분간의 급식 봉사가 끝나고 설거지 및 뒷정리를 마친 봉사자들은 그제야 겨우 한숨 돌린다. 종교와 관계없이 같은 뜻으로 만난 그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다음 주를 기약하고는 곧 헤어졌다.

잠시 후 삼덕성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호창 회장이 취재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터라 평소와 다름없이 봉사하러 나온 회원들은 기자의 방문에 꽤 놀라했다. 다들 일찍 나오느라 미리 준비도 못했다지만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 온 그들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빛나고 예뻐 보였다.

삼덕 청년 빈첸시오 노숙자 무료 급식 봉사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호창 회장은 “그동안 가택방문 봉사활동을 해 오던 청년 빈첸시오가 1년 정도 활동을 쉬게 되면서 다른 봉사를 찾던 중 우연히 대구역 근처에서 노숙자 무료 급식 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배 한 명과 그곳 동대장님을 만나 허락을 받고 13년째 그곳에서 봉사를 하고 계시던 교회 분들과 함께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노숙자 무료 급식 봉사는 삼덕 청년 빈첸시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활동 중인 회원들이나 본당 청년, 파스카 성서모임을 통해 주변에 알려지면서 함께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는 양 회장은 “삼덕성당 뿐 아니라 여러 본당에서 모인 청년들이 함께 하였다.”고 말했다.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빈첸시오의 역사를 비롯하여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양 회장은 “빈첸시오를 사랑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마음을 닮고 싶어 모인 만큼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이날 함께 한 회원들 가운데 오종환(미카엘, 산격성당) 회원은 “레지오 단원에게 활동에 대해 듣고  벌써 3년,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한 후에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으며, 전수진(아가다, 대현성당) 회원은 “평일에 하던 봉사와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활동을 찾던 중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정영선(요세피나, 삼덕성당) 회원은 “세례를 받고 먼저 활동하고 있던 친구를 통해 함께 하게 되었다.”면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하였다. 홍재승(시몬, 산격성당) 회원은 “내가 사촌동생을 통해 알게 된 만큼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평소 주변에 우리 활동을 많이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모인 회원들로 주소록 상에는 30여 명 정도 되지만 학업, 직장, 결혼 등의 이유로 현재는 1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새벽에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임을 잘 알기에 양 회장은 회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평소에 절대 연락하는 법이 없다. “나오면 반갑고 없으면 내가 하면 되고,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는 그는 “그저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자는 것 뿐.”이라고 했다.

봉사 준비는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180여 명의 노숙자들을 위해 계란 6판으로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반찬을 준비한다. 밥은 주일 새벽마다 본당 자매님께서 해 주신다. 특별한 도움 없이 회원들의 힘만으로 시작하여 경제적으로 부족한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님께서 알아서 채워주시더라.”는 양 회장은 “어떤 분이 우리에게 전해달라며 까만 비닐 봉투에 10인분 분량의 쌀을 담아 본당 사무실에 맡겨두고 가셨는데, ‘나도 가난하지만 함께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새벽에 조용히 활동하다보니 본당에서도 이들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배상희(마르첼리노) 주임신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관심으로 신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사무실을 통해 지원금을 전하는 신자들도 생겼다. 양 회장은 “주임 신부님께서 종종 봉사를 마치고 온 우리에게 아침을 사주시기도 하시고, 얼마 전에는 주임신부님의 동기신부님들께서 쌀을 사 주셨다.”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들의 활동이 점차 외부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취재 요청이 이어졌다. 그러나 “함께 나누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양 회장은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자랑하는 게 싫어서 매번 거절했다. “이번에 전화를 받았을 때도 너무 갑작스러워 내 반응이 조금 시큰둥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따르는 주님의 도구로 이 일을 하는 만큼 때로는 이야기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 취재에 응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너무 과하지 않게 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봉사 후에는 삼덕성당에 모여 생활 나누기를 한 뒤 빈첸시오 기도로 마무리 한다. 일주일 동안 각자 지냈던 이야기들은 물론 그날 봉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멀쩡한 사람들에게 왜 밥을 주냐며 노숙자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양 회장은 “우리는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약해진 그들이 스스로 의지를 찾을 때까지 밥 한 끼 나누는 것.”이라며 비판하기 보다는 그저 조용히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봉사란 생활 안에서 작게, 서로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며 “나이를 떠나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활동해 나가겠다.”는 양호창 회장과 삼덕성당 청년 빈첸시오 회원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의 활동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